어찌 이럴 수가
검색 입력폼
 
오피니언

어찌 이럴 수가

국정감사 때의 어이없었던 두 경우 네 가지 일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한 경우는, 지난 24일 농식품부 산하 공기업 감사에서입니다.
1. 저는 그 공기업 사장에게 금년 총 예산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예산 규모 자체를 묻기 위함이 아니라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위한 의례적 수순이었습니다. 저는, 사장에게 3조5천억 원 예산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 편중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균형예산을 촉구하기 위해 총 예산규모를 먼저 물었던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사장이 “4조5천억원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4조5천억원이 맞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사장은 “예, 맞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3조5천억 아닙니까?”하고 반문했습니다. 그 순간 사장 뒷 좌석에 앉아 있던 간부 한 사람이 사장에게 무언가 귀엣말을 황급히 전해주었습니다. 그제서야 사장은 “죄송합니다. 3조5천억원입니다.” 하고 시정하는 거였습니다.
2. 저는, 또 이 공기업이 350억원에 가까운 새 휴양 연수시설을 왜 꼭 지어야 하는 것인지를 따져 묻기 위해, 현재 소유하고 있는 휴양 연수시설이 모두 몇 개냐고 사장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은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하 시설을, 그것도 딱 두 개 밖에 없는 시설을, 모르고 있다니,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어떤 간부가 ‘정답’을 사장에게 알려주자, 그제서야 사장은 “네, 현재 두 개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장! 아무리 취임(9월16일)한 지 한 달 남짓 밖에 안 되었다 하더라도,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1년 예산 규모도 모르고, 소속 휴양 연수 시설이 몇 개인지도 모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도대체 지난 한 달이 넘는 동안 뭘 했느냐, 그런 식으로 사장 일 보면, 두 세 달 지난다고 뭘 더 알고, 뭘 더 파악하겠느냐, 그렇게 무사안일로 지내다보면 1년이라도 별로 아는 것 챙기는 일 없이 훌쩍 지나버릴 것이다.”며 질책했습니다. 사장이 그렇게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세월 보내면, 그 피해는 어려운 처지의 우리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을 아느냐고 질타했습니다. 사장은 죄송하다고, 이 신규 337억원짜리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그 다음날인 25일 부산에서 있었던 산하 4개 공기업 (합동) 국감 때였습니다.
1. 이 4개 공기업은 부채 규모 합계가 3조원에 이를 만큼 재정상태가 심각합니다. 순이익도 격감하고 있고, 심지어 적자에 허덕이는 곳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직원 평균 연봉은 7천만 원으로 잔치 수준이어서 ‘신의 직장’으로 따갑게 눈총 받고 있습니다. 그제의 국감에는 감독기관인 중앙부처 국장도 배석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수긍하기 어려운 점들을 묻기 전에 감독기관은 제 역할을 했는가를 따져보기 위해 저는 그 주무 국장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이 4개 공사들의 부채 총액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국장 왈, “잘 모르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략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으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였습니다.
2. 그 4개 중 한 공기업은 지금 사장이 5개월 째 공석입니다. 지난 6월 29일 사장이 퇴임한 이후 아직껏 후임자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뭉그적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도대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감독 기관에서는 뭘 하고 있길래 이 모양이냐, 고 질의할 요량으로 배석해있던 그 국장에게 “공사 사장에 대한 임명권은 누구에게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국장의 대답이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저는 하도 기가 막혀 “아니, 기재부 장관이 임명권을 갖고 있단 말입니까?” 하고 다그치듯 물었습니다. 그 순간 뒤에 있던 그 부처의 동료인 듯한 이가 국장에게 무슨 메모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걸 들여다보더니 그때서야 국장은 “죄송합니다.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저희 부처가 임명권을 갖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심했습니다. 이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감한 마음의 저는 “도대체 주무국장이 이런 핵심 업무조차 모른다면 누가 알 것이냐? 그렇게 뭘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관리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 그처럼 피상적 무사안일의 피해가 누구한테 가는 줄 아느냐?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 하고 질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초선일지’(102호)에 ‘저 엉터리 장차관들과 저 엉터리 고위 공직자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우리 농민들이,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글을 써올렸던 게 불과 십 여 일 전인데, 그 일각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 엊그제 제 심경은 화가 났다기보다는 슬프고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아, 우리 국민들이 불쌍하다. 우리나라는 공직자들이 문제로구나! 정말 문제로구나!”하는 걸 새삼 다시 통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짐했습니다. ‘이런 걸 이해해주지 말자, 이 따위 ‘직무유기’를 용납해주지 말자’고 말입니다.(2013년10월27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