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심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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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새해 예산안 심의 안팎

상임위서 삭감 47건 29억5천여만원 예결위서 거의 전액 부활

불요불급 예산삭감 기준 무시 수박겉핥기·의회 무용론 대두
군민·공직자들, “의회 본연의 임무 망각·부정한 일”맹비난
영암군의회의 2014년도 세입·세출예산안 심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의회가 삭감 의결한 9천232만원은 그동안 의회가 당초예산안을 심의 의결한 이래 나온 역대 최소 삭감액일 것으로 보인다. 또 상임위서 삭감하기로 한 사업비를 예결위에서 거의 전액 부활시키는 기이한 광경도 연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삭감하기로 한 사업비 가운데는 집행부 실·과·소장들까지도 그 타당성을 인정한 사업비가 들어있었다. 따라서 예결위 심의에서도 최종 삭감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지켜본 공직자들조차 황당하고 의아해함은 물론 군민들로부터는 ‘수박겉핥기식’ 예산심의라는 지적과 함께 ‘의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 상임위원회 심의결과
새해 예산안에 대해 의회는 지난 12월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동안 경제건설위원회와 자치행정위원회를 각각 이틀씩 열고 소관 실·과·소장들까지 출석시킨 가운데 강도 높은 예비심사를 벌였다. ‘강도 높은’이라고 표현한 것은 거의 하루 종일 계속했다는 뜻이다.
자치행정위원회는 이를 통해 모두 19건의 사업에 3억9천922만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주요삭감내역을 보면 ▲외국어 교육생 해외연수비 1천200만원 중 300만원, ▲군정시책추진 민간인 해외여비 4천만원 중 3천만원, ▲월출산 작은골유원지 야외시설물 개보수 5천만원 전액, ▲월출산 작은골유원지 자연형 풀장 내 진출입계단 설치비 1천500만원 전액, ▲월출산 작은골유원지 실내물놀이장 주변 황토블럭 교체 2천만원 전액, ▲월출산 작은골유원지 소규모 시설물 정비공사비 5천만원 중 2천만원, ▲상대포 역사공원 관상어 구입비 700만원 전액, ▲월출산 삭도 설치사업 국립공원계획변경용역비 1천만원 전액, ▲삭도설치 환경영향평가용역비 1천만원 전액, ▲문화시설재단법인 운영비 1억5천만원 중 5천만원, ▲국민체육센터건립공사 시설부대비 1천80만원 중 270만원, ▲파크골프장조성공사 시설부대비 630만원 중 252만원, ▲시책추진업무추진비 8천300만원 중 3천만원, ▲중국 자매단체 방문비 1천800만원 전액, ▲중국사절단 초청여비 1천800만원 중 900만원, ▲노인건강 목욕권 제작비 200만원 전액, ▲노인건강 목욕비 5천만원 전액, ▲여성동호회 활성화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5천만원 중 2천만원, ▲여성자치대학 위탁교육비 1억원 중 5천만원 등이다.
경제건설위원회는 무려 28건의 사업비 25억5천20만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상대포 역사공원 4계절 꽃단지 조성사업 2천만원 전액, ▲소공원 주변정비사업 1천500만원 전액, ▲신선과채류 무농약 해충방제 지원 700만원 중 400만원, ▲맞춤형 친환경농자재 공급지원 2억원 전액, ▲벼농사 제초용 새끼우렁이 지원 5천만원 전액, ▲친환경쌀 생산단지조성 5억원 전액, ▲농산물건조기지원 4천500만원 전액, ▲고추세척기 지원 4천만원 전액, ▲농산물소형저온저장고설치 1억원 전액, ▲농식품 제조가공시설 지원 1억50천만원 전액, ▲농산물 판촉활동 홍보용 시제품 구입 등 670만원 전액, ▲우수 농특산물 무료시식 및 직판행사 2천700만원 전액, ▲농특산물 공동브랜드 박스 지원 7천만원 전액, ▲친환경 농특산물 판매센터(2층 홍보관) 공공요금 사용료 240만원 전액, ▲원예작물 수출인프라 구축 5억원 중 3억원, ▲친환경 조사료 배합기 지원 3천600만원 전액, ▲조사료 절단기(운반기) 5천만원 전액, ▲근로자의 날 행사비 지원 3천만원 중 1천500만원, ▲테크노폴리스 내 도로차선도색 2억원 중 1억원, ▲덕진 신정-송내간 농어촌도로 확포장공사 10억원 중 5억원, ▲군서 지남-신마산간 농어촌도로 확포장공사 2억원 전액, ▲도로계획 및 경관위원회 참석수당 756만원 중 400만원, ▲기웰빙 산책로 시설물 유지보수 2천만원 중 1천만원, ▲시가지 차선도색 및 소파보수 9천만원 중 7천만원, ▲F대회 홍보물 제작 2천420만원 전액, ▲F대회 홍보활동 90만원 전액, ▲F대회 이동홍보관 운영 500만원 전액, ▲F대회 성공개최 전국홍보활동 전개 500만원 전액 등이다.
이들 감액 대상 사업비 가운데는 자치행정위원회의 경우 누가 보아도 불요불급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상대포 역사공원 관상어 구입비처럼 소모성 사업비도 들어있다. 또 월출산 삭도 설치사업 국립공원계획변경용역비나 환경영향평가용역비 등의 경우 정부 정책의 변화 등을 감안해 추경 등에 반영해도 별 무리가 없는 사업비도 있다.
경제건설위원회의 경우도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논란을 빚을 개연성이 큰 사업들이 많고, 친환경 농·특산물 판매센터 공공요금 사용료처럼 다소 문제가 될 사업비도 들어있다. 판매센터 운영비는 위탁운영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2월13일 계수조정에 나서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하기로 했던 사업비 가운데 거의 전액을 부활시켰다.
‘거의 전액’으로 보는 것은 원안대로 삭감하기로 한 예산은 법규가 뒷받침되어있지 않거나 내년 대회 개최가 무산된 F1대회 관련 예산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결위에서 최종 삭감하기로 한 사업비를 보면 ▲국민체육센터건립공사 시설부대비 1천80만원 중 270만원, ▲파크골프장조성공사 시설부대비 630만원 중 252만원, ▲노인건강 목욕권 제작비 200만원 전액, ▲노인건강 목욕비 5천만원 전액, ▲F대회 홍보물 제작 2천420만원 전액, ▲F대회 홍보활동 90만원 전액, ▲F대회 이동홍보관 운영 500만원 전액, ▲F대회 성공개최 전국홍보활동 전개 500만원 전액 등이다. 이 가운데 노인건강 목욕비는 관련 조례 제정이 부결됨에 따라 법적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삭감하기로 한 사업비 가운데 상당액이 예결위 계수조정과정에서 되살아나는 것은 통상적이고 관례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올해 예결위의 ‘삭감 예산 되살리기’는 총 9천232만원 삭감에서 보듯 사실상 ‘원안가결’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의회 내부나 집행부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예결위의 삭감 예산 무더기 되살리기는 제2차 본회의에서 박영배 예결특위 위원장이 밝힌 심사결과보고서와도 맞지 않는다. 이날 박 위원장은 세출예산에 대해 “불요불급한 세출예산 편성 및 지역 불균형한 예산편성 여부 등을 심사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으나 실제 심의결과는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편 의회의 이런 예산심의에 대해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예결위서 전부 부활시키려면 뭣 때문에 상임위서 대거 삭감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공무원 A씨는 “상임위 심의에서 예산이 삭감되자 어떻게 해서라도 이를 되살리기 위해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했다”면서 “심지어는 의원들의 삭감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추후 반영하기로 내부 결정한 사업비마저도 예결위에서 부활해 황당하고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어차피 부활시킬 사업비에 대해 상임위에서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업무차질만 빚은 꼴”이라면서 “올 예산 심의는 집행부 공직자들이 보더라도 수박겉핥기식이다”고 지적했다.
군민들의 반응은 더욱 격하다. 군민 C(67·영암읍), D(52·삼호읍)씨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조용조용 넘어가자는 식이거나 아니면 선심성 예산에만 관심 갖느라 군민 혈세가 낭비되는지 마는지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다면 영암군의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영암군의회는 지난해의 경우 2013년도 세입·세출예산안에 대해 문화시설재단법인 운영비 등 모두 25억3천86만4천원을 삭감한바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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