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권파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마오쩌둥은 인민해방군의 개입을 지시한다. 이로 인해 초기 혁명을 주도하던 홍위병들이 추방당하고, 1969년4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의 절대적 권위가 확립되면서 혁명은 절정에 달한다. 대자보(大字報)는 바로 이 문화대혁명 때 당의 각 기관과 기관지 등 간행물을 장악한 실권파(實權派)에 맞서 조반파(造反派)가 활용하던 중요한 선전수단이었다.
대자보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것은 1980년대 학생운동에서다. 80년 광주민중항쟁에 이어 83년 학원자율화, 87년 6월 항쟁 등으로 이어지며 대자보는 학생운동의 상징이기도 했다. 대학가 곳곳에 나붙은 대자보에는 전두환 정권의 비리 등 제도권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왜곡하거나 눈감은 사건들의 문제점이나 실상을 적나라하게 실었다. 따라서 대자보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매개체이자 민주화세력의 의사소통도구였으며, 시민들에겐 풀뿌리 매체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자보가 대학가에 다시 나타났다. 한 대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방문이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됐던 학생들의 불만에 기성세대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80년대 대자보가 그랬듯 이런 뜨거운 반응은 학생들이 학원 밖의 정치·사회적 현안을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점점 불붙기 시작하는 대자보, 그에 담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사회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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