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심의 견제기능 포기 지적
2014년도 예산안에 대한 의회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13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의 경우도 군이 예비비를 대거 감액해 일반재원으로 활용하면서 내년도 추경 재원 부족 등이 크게 우려됨에도 의회가 별다른 심의 없이 또다시 원안가결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2년도 3회 추경 때 편성된 농협통합RPC 시설현대화 이자지원금 1억원에 대해 ‘마지막’임을 조건으로 승인했던 의회가 이번 추경에 똑같이 편성된 1억원의 예산에 대해 일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또 승인해줘 무원칙 심의라는 지적과 함께 내년 선거를 의식한 지나친 견제기능 포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2면>
2013년도 제3회 추경에 대한 의회 자치행정위원회의 예비심사보고서 ‘전문위원 검토의견’에 따르면 군은 정리추경인 제3회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불용액 및 집행 잔액 등을 감액 조정하고서도, 더 나아가 예비비에서 무려 27억3천100만원을 감액해 이를 일반재원으로 활용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지출로 인한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예산에 계상된 비용으로, 일반적으로 예비비 집행 잔액은 ‘순세계잉여금’으로 관리해 다음연도의 추경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통상의 예산편성형태다.
이에 따라 ‘전문위원 검토의견’에서는 정리추경에서 예비비를 감액해 일반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재원의 효율적 이용 측면도 있으나 내년도 추경재원 부족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군의 2012년도 3회 추경 때 예비비 규모는 72억4천100만원이었으나 2013년도 3회 추경에서는 이보다 무려 69억원이나 줄어든 3억6천700만원이 고작이다.
더구나 이 ‘전문위원 검토의견’에는 2014년도 본예산이 지방세수가 실물경기에 비해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편성되어 있고, 20억원 대의 세외수입원인 영암읍 동무지구와 삼호읍 난전지구 택지분양 전망 역시 불투명한 여건이라고 적시하고 있어 민선 6기가 출범하는 내년도 추경재원 부족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위원 검토의견’은 또 기정예산에 편성된 예산 중 전액삭감 한 사업이 13개 과목 9천700만원, 70% 이상 감액조정 한 사업이 5개 과목 6천9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이는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절감했다는 긍정적 측면과 여건변화에 따라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동안 제1,2회 추경 때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거나 전년도에 반영한 예산은 무조건 확보하고 보자는 전례답습적인 행태의 행정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군은 농협통합RPC(대표이사 배영수)의 시설현대화 이자지원금으로 3회 추경에 1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농협통합RPC 설립 때 30억원의 시설차입금에 대한 이자 1억5천여만원 가운데 일부(나머지는 출자농협 부담)를 군이 지원해주기로 한데 따른 것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3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의회는 지난해 3회 추경 때 마지막임을 조건으로 1억원 지원을 승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이번 추경에 또다시 1억원을 편성했고, 의회가 이를 승인했다. 더구나 농협통합RPC는 30억원의 시설차입금 중 상당부분을 상환해 군이 굳이 1억원까지 지원해야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전례답습적으로 추경에 반영했고, 의회는 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소관 상임위와 예결위 예산심의 및 계수조정과정에서 김철호 의원만 유일하게 농협통합RPC의 시설차입금에 대한 이자지원금의 부당함을 지적했으나 나머지 의원 모두 별다른 제지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내년도 본예산과 제3회 추경안에 대한 이 같은 심의결과에 대해 의회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행부와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대다수 의원들의 태도에서 빚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군민들의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거나 불요불급한 곳에 쓰이는 폐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