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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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향으로 부는 바람

조영욱
시인
미암면 출신
모든 바람은 고향으로 분다. 고향이 아닌 어디에 살더라도 우리 마음과 바람은 늘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은 어머니이다. 나이를 떠나 우리 마음이 늘 어머니에게 향하고 어머니가 그립듯이 고향은 아늑하고 포근한 어머니 품이다. 타향은 엄한 아버지와 같다. 조그만 허물과 잘못도 너그러이 용서하지 않는다. 입방아가 아니면 호된 질책이 따른다. 이럴 때 어머니가 그리워지고 어머니를 찾으면 어머니는 살갑게 안아 마음을 눅여주고 용기를 준다.
바람은 망(望)이며 풍(風)이다. 옛 어른들은 벼슬살이 하러 고향을 떠났다가도 벼슬을 그만두면 낙향을 했다. 고향에서 살다 고향에서 죽는 것을 복으로 여겼었다. 그래서 타향에서 죽는 것을 객사(客死)라 하여 매우 꺼려했다. 어디에서 살고 무슨 일을 해도 마음은 늘 고향으로 향해 모든 바람은 고향으로 부는 것이다.
또 집집마다 가풍(家風)이 있고, 학문에는 학풍(學風)이 있으며, 학교에는 교풍(校風)이 있듯이 각 지역마다 각각 향풍(鄕風)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조금씩 다른 언어와 생활양식, 기질이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장점이자 단점인 지방색(地方色)을 만든다. 오랜 세월 동안 서로 정을 나누며 함께 부대끼고 도우며 서로를 속속들이 앎으로써 공유하는 믿음과 도덕성은 장점이지만 허물과 잘못을 덮기에 급급하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단점도 있다.
일주일 뒤면 설이다. 우리에게 설은 설일 뿐인데 언젠가부터 구정(舊正)이라는 말이 설을 대신하고 있다. 서양에는 설이 없지만 일본은 양력으로 설을 쇤다. 굳이 신정과 구정을 나눌 까닭이 없다. 과거에는 동서양 모두 역법(曆法) 발달 정도에 따라 문화수준을 가늠했다. 역법이 학문의 바로미터였기 때문이다. 역법은 천문학,물리학,수학,지구과학 등 여러 학문이 융합된 결정체로 크게 태양력,태음력,태음태양력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역법은 태음태양력이다. 우리는 그냥 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을 쓰고 있다. 태양 중심으로 만든 양력과 달을 중심으로 만든 음력보다 달과 태양을 아우른 태음태양력에는 달이 변화하는 음력과 태양이 변화하는 24절기가 들어 있다. 월출산은 달이 나오는 즉 달이 뜨는 산이다. 본 이름은 이두(吏讀)로 쓴 달나산(月那山)이다. 이를 이두 표기인 줄 모르고 월나산이라 하면 식자우환이다. 월출산도 달(月)+날(出)+산(山)으로 같은 이름이다. 지나(支那) 사서에도 달나산(達那山)으로 우리 발음을 따라 기록하고 있다.
벌써 모든 이들 마음은 고향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하며 일가친척과 죽마고우를 만날 마음에 들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처럼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는 귀향길이다. 그러나 즐겁고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2~3년 주기로 발생하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오리,소 등 축산농가가 집중된 호남지방은 초비상 상태다. 이미 피해농가들이 발생했고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축산 농가들에겐 명절이 아니라 재앙이 닥치고 있다. 설맞이 민족대이동이든 철새 이동이든 설 명절이 큰 고비다. 오는 이에게나 맞이하는 이에게나 마음이 무거운 설이 될 듯싶다. 그러나 모든 바람은 고향으로 분다.
끝으로 졸시 한 편을 덧붙인다.
‘모든 바람은 고향으로 분다./보리는 서리와 함께 슬픔을 나누어/땅 퍼 올리고/재빨리 죽음 끝까지 따라와/모든 바람은 고향으로 분다./한 번 배운 모국어 잊지 못하듯/아무리 깊숙이 감추려 들어도/불쑥 튀어나와 제자리 찾아내는/살가운 고향 말씨/핏줄만큼 끈끈한 형님 아우 만들고/먼 바다에 나가 살더라도/끝내 강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모든 바람은 고향으로 분다.’(고향으로 부는 바람 전문)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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