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앞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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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앞 광장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유럽의 역사는 광장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시청이나 성당 주변에 조성된 광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장터가 열리고 문화가 교류되고 군중 집회와 의식행사가 치러지고 정보가 교환되는 소통의 장이 형성되면서 도시가 발전하였다. 반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특별히 광장문화를 찾아 보기 어렵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전에는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축제를 벌이고 공동작업을 하고 나라의 중요한 일을 의논하는 등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광장이 있었으나 왕권이 차츰 강화되면서 왕들이 백성들을 지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백성들과 소통이 멀어져 도성을 건설할 때 의도적으로 광장 조성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즉 고대 그리스에서는 광장이 대화와 토론의 마당이자 화합의 장소로서 고대 민주사회 건설의 터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중앙집권제가 정척되면서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광장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우리 역사에 새로운 광장문화가 등장하게 되었다. 1971년 12만 평 규모로 여의도에 5·16 광장이 만들어졌으나 이는 국민들을 위한 광장이 아니라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한 군사퍼레이드용 광장이었다. 이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만들어졌지만 차도를 막아 조성된 광장으로 국민들을 위한 문화정보 교류 광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사 속 광장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 형성'과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이었는데, 요즘은 대형쇼핑몰에서 시장을 보고 SNS를 통해 토론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가 되어 광장의 의미는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영암군이 우승희 군수의 공약사업으로 '군청 앞 광장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조성된 군청 앞 광장 주변 건물과 토지를 매입해 광장을 확장하고 군청으로 진입하는 공간은 녹도(자연과 함께 흐르는 개방형 수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광장 조성으로 우려되는 상권위축에 대해서는 광장부지에 편입되는 상인들에게 대체 부지를 확보해 상가타운을 조성해 제공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영암군에 따르면 광장이 조성되면 영암군 행정기능 중심인 군청 앞이 주민들에게 소통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게 되고 군청 소재지 내의 야외문화행사, 집회 등을 위한 화합의 장을 마련하게 될 뿐만 아니라 광장과 달맞이 공원을 연결하는 군민의 강을 설치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신선한 발상이라 생각하면서 그동안 무기력하고 피동적이었던 영암 군정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신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가지 광장 조성과 관련하여 제언하고자 하는 것은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그 정책이 갖고 있는 순기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정책으로 초래되는 역기능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청 앞 광장 조성사업'에 대해 군민들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수백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조달 문제,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영암 상권이 광장 조성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사업 진행 과정에서 토지·건물 소유자들과 풀어야 할 보상문제, 영암읍을 살리기 위해 추진 중인 여러 사업계획들과 연계하는 방안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군민들과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군수 공약사업임으로 임기 내에 반드시 마무리해서 치적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곤란할 일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군민들의 의견수렴에 인색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사한 타 자치단체 광장 운영실태도 파악하고 관계전문가의 자문도 얻고 전문용역기관의 타당성 검토도 거치는 등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자치단체에서 추진했던 잘못된 사업들을 보면 군민들의 사전의견 수렴보다는 먼저 사업추진을 기정사실화 하고 여론 수렴을 소홀히 하면서 주민들을 설득하려고만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군청 앞 광장조성사업'에 우리 군민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나와는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일이 아니라고 남의 일 보듯이 하다가 일이 잘못되면 뒷전에서 비난하는 것은 주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고인이 되신 박일재 군수께서는 '주인의식'이라는 지방자치의 핵심 가치를 특별히 강조하셨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군청을 향해 무엇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군청의 예산, 시설, 공무원, 모두 주민들의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공익적으로 잘 사용할 것인가를 주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수백 억원이 소요되고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군청 앞 광장 조성사업'에 대해 각급 사회단체, 군민들이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공청회, 토론회 등 여론 수렴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하여 이번만큼은 정책 결정이 관 주도가 아닌 주민주도로 결정되는 멋진 선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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