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두 번째 엄마”…부모 대신 외손자·손녀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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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할머니는 두 번째 엄마”…부모 대신 외손자·손녀 길러

공공근로하며 두 아이 키워
군, 가정위탁 보호제도 등록
양육비·대학 입학금 등 지원

“제게 할머니는 ‘두 번째 엄마’ 같아요. 엄마보다 더 엄마 같달까. 그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이제는 제가 할머니와 동생을 지킬게요. 진심으로 사랑해요”

영암군 삼호읍에 거주하는 김영인(22, 가명) 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과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정성껏 키워주신 외할머니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영인 씨가 2006년 여동생이 태어난 직후부터 외할머니와 함께 영암에서 생활하게 된 사연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여동생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아야 했고, 아이의 엄마는 병원에서 갑작스레 사라져 연락이 두절됐다. 이 소식을 들은 외할머니는 병원을 찾아 손녀를 품에 안고, 두 남매를 집으로 데려와 직접 돌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7년 부모의 이혼으로 부친과도 연락이 끊겼고, 2009년에는 여동생이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던 외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두 아이의 생활 전반을 도맡았다. 특히 혼자 앉거나 설 수 없는 손녀의 손발이 되어 식사, 위생, 재활치료 등을 돌보는 데 헌신해왔다.

이에 따라 영암군은 2012년 김 씨 가족을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고, 2013년에는 무상 임대주택 ‘달뜨는 집’ 입주를 지원했다. 이어 2018년부터는 ‘가정위탁 보호제도’에 등록해 양육보조금, 대학입학준비금 등을 지원하며 분기별로 양육상황 점검을 실시해왔다.

외할머니의 정성과 제도적 지원 덕분에 김 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학교 2학년으로 학업을 이어가며 “앞으로는 내가 가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여동생도 특수학교를 졸업해 현재 할머니와 밝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소식이 끊겼던 어머니와도 최근 연락이 닿아 성장 과정을 공유하게 됐다.

영암군은 현재 2025년 2분기 위탁가정 23세대 31명 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정기 실태 점검을 진행 중이며, 김 씨 가족을 ‘가정위탁제도의 모범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점검 항목은 아동의 생활 및 건강상태, 맞춤형 보호계획, 후원금 집행 내역, 양육환경 및 정서 상태 등이다.

김 씨의 외할머니는 “이제는 이 아이가 없으면 나도 살 수가 없다.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아이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며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가정위탁 아동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아동의 의견 청취를 강화하며 민감 사안에는 외부 전문가 동행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경하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공공근로 | 군, 가정위탁 보호제도 | 외손자·손녀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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