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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터가든은 2012년부터 천황사 인근에서 자리 잡고 15년간 꾸준히 장사를 이어오며 지역 주민은 물론 등산객,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아온 건강식 맛집이다.
매일 새벽 손수 만드는 손두부와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음식은 주말마다 100명 넘는 손님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었고 외지 손님도 많아 영암군이 역점 추진하는 생활인구 증가에도 기여한 식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암군으로부터 해당 부지가 군 개발 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는 통보와 함께, 오는 10월까지 영업 종료하라는 공문을 받았고, 식당 측은 영암군이나 건물주로부터 어떠한 사전 협의나 안내 없이 공문으로 소식을 접하게 되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문의 배경이 된 사업은 ‘월출산 스테이션F’로 천황사 지구에 3레인의 사계절 썰매장과 열기구 체험시설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당초 월출산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 자원을 활용한 대형 관광 프로젝트로 짚라인, 모노레일, 전기자전거, 세그웨이 등을 연결하며 월출산 일대를 생태.문화.관광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민선8기 들어 사계절 썰매장으로 사업 방향이 급변하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 착공을 위해 영암군은 지난 6월 건물주를 통해 해당 건물 및 부지를 매입했고, 식당 측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기존 상권과 단절되면 손님 유입도 장담할 수 없고, 부지 및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이전이 어려워 생사기로에 놓인 셈이다.
해당 식당은 일반적인 상가와 달리 직접 농사까지 짓고 손두부라는 특성상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3개월 내 대체 부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지역개발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맛집에 주민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옛터가든 대표는 “15년간 주말.공휴일 쉬는 날 없이 영암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나와 내 가족들의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기분이다”며 “식당이 이미 천황사 맛집으로 자리 잡았기에 군에서 썰매장 인근에라도 장사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언제까지 장사를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이슈와 관계 없이 손님들에게는 늘 해왔던대로 새로운 음식들을 선보이며 맛집의 명맥을 유지해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영암군의회 일부 의원들은 “스테이션F 사업 추진과 별개로 옛터가든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식당은 반드시 영암에 남게 해야 한다”며 대체 부지 마련과 같은 지속 영업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영암군에 전한 바 있다.
한편, 일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개발사업은 불가피하지만 지역에 뿌리내린 맛집을 지키는 시스템이 없다는 건 행정의 본래 목적과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지역 맛집 유출을 막기 위한 영암군의 대안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암읍 한 주민은 “옛터가든이 없어지는 것은 단순히 식당 하나 문 닫는 것과는 비교해선 안 된다. 맛집은 지역의 매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개발 명목하에 지역에 몇 안되는 맛집을 잃거나, 타지로 유출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경하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