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 중·고 통폐합 추진위’ 이번엔 제역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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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군 중·고 통폐합 추진위’ 이번엔 제역할 할까?

황 위원장, “그동안 논의와는 질적 차이…실현가능성 높다” 불구
영암여중·고 측 “사립학교 정체성 건들지 말라”입장문 성과 주목

‘영암읍 중·고 통합’ 논의는 지난 2003년과 2012년 두 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다. 그 뒤 2020년 영암지역 학부모들이 영암읍의 남녀 중·고교 통합 및 중학교 남녀 공학 추진을 건의하면서 논의가 다시 시작됐으나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른다. 통합은 그만큼 영암군의 오랜 숙원이자 숙제다. 또 다시 발족한 ‘영암군 중·고 통폐합 추진위원회’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은 더욱 지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선 통합논의를 모두 주도했고, 이번 추진위까지 이끌게 된 황용주 위원장은 ▲전남도교육청 관계자가 적극 참여해 통합 추진력 및 실행력을 높인 점, ▲그간의 논의과정 및 결과를 모두 백지화하고 새로운 통합의 방법을 찾기로 한 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점 등이 이전 추진위 발족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그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과연 그럴까? 황 위원장의 자신감에 군민들 또한 내심 기대감이 없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날 열린 추진위의 분위기나 전후사정을 살펴보니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 걱정스럽다.

우선 추진위가 발족한 날 통합의 한쪽 당사자인 영암여중·고 측이 내놓은 ‘학교법인 동아학원의 입장문’은 추진위 발족의 취지조차 무색케 한다. “사립 영암여고가 공립 영암고를 흡수해 ‘통합 사립 영암고’를 만드는 방안 외에는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서다. 또 현재의 영암여중·고 부지는 물론, 심지어는 ‘報恩’이라는 동아학원의 건학이념, 더 나아가 사립학교의 정체성까지도 건들지 말라고 조건을 단 것은 통합 관련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로까지 읽힐 수 있어서다.

특히 입장문은 <영암군민신문>의 ‘영암읍 중·고 통합 관련 간담회’ 내용보도 후 게재된 한영규 전 영암여중·고 교장의 반론을 담은 기고문을 거론하며, 이를 통합에 대한 영암여중·고의 최종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전 교장은 “사립고 통합은 지역 명문고의 맥을 이어야 하며, 공공형 모델 재도입보다 검증된 체제의 안정적 계승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다시 말해 ‘영암여고가 지역의 명문고이니 그 맥을 이어야 하며, 자신들의 학교 운영체제가 이미 검증되었으니 이를 계승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얘기였다.

영암여중·고의 이런 주장을 검증하거나 문제 삼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실익이 없어서다. 아니 이보다는 영암여중·고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은 채, 그것도 우 군수가 제시한 ‘영암형 공공형 사립고’ 모델을 제외한 채, 공립고와 사립고를 통합할 적절한 방안을 과연 쉬 찾을 수 있을지는 정말로 의문이기 때문이다.

실제 영암여중·고 측은 ‘통합 사립 영암고’에만 찬성할 뿐, ‘영암형’이나 ‘공공형’ 등을 통해 학교 부지를 바꾸거나, 건학이념을 변경하고, 사립학교의 운영에 공공성을 더하는 등의 일체의 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제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공립학교를 사립학교로 통합하는 일은 전국적으로 전례가 없다. 더구나 영암여중·고 측의 요구대로라면 공유재산(공립 영암고)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유화(통합 사립 영암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 실현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통합의 키를 쥔 우 군수의 통합에 대한 의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영암군은 이번 ‘영암군 중·고 통폐합 추진위원회’ 회의에 대해 일체의 보도 자료를 내지 않았다. 공식 입장도 없다. 위원회가 발족했으나 이를 군민들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영암읍 중·고 통합에 대해 우 군수는 취임 초 공약사업으로 내세울 정도로 의욕적이었으나, 재임 중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내년 선거가 임박하자 갑자기 교육감과 면담을 통해 ‘영암형 공공형 사립고’ 모델을 제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이번에는 영암여중·고 측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추진위 회의 결과를 함구하기로 한 것은 이런 저간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섣불리 또 통합방안을 내놓았다가 언론에 보도되면 반발만 사게 될 것이라는 편협하고 옹졸한 행정행태가 ‘공식 입장 없음’으로 이어진 것 같다. 더구나 영암여중·고 측의 ‘영암형 공공형 사립고’ 모델에 대한 수용 거부에 따라, 통합의 구체적 성과를 끌어낼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어졌으니, 추진위 발족 정도로 상황을 매듭짓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영암여중·고 측의 행보 또한 우려가 크다. 추진위 발족은 영암여중·고 측의 불참 통보로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번 추진위 발족에도 영암중·고교는 각각의 교장이 참석한 반면, 영암여중·고는 교감이 참석했다. 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는 배경설명이 있으나 학교 통폐합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없다.

사실 우 군수가 교육감과 면담에서 제시한 ‘영암형 공공형 사립고’ 모델은 지난해 ‘공립 위주 통합’이라는 여론조사결과를 뒤집는 것이었다. 따라서 어찌 보면 ‘통합 사립고’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공립고를 사립고로 통합한 전례가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암형’과 ‘공공형’을 가미했을 수 있다. 여론조사결과까지도 뒤집어가며 영암여중·고의 입장을 최대한 생각하며 낸 통합의 한 방법론이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영암여중·고 측은 강한 거부감과 함께 “통합 합의를 이룬 것처럼 기사화되었다”고 <영암군민신문>의 보도내용까지 문제 삼았다. 또 이날 ‘영암군 중·고 통폐합 추진위원회’ 발족식에 대해서도 ‘영암군의 일방적인 통합논의를 위한 발대식’이라고 폄훼했다.

더 나아가 군민들이 ‘영암여중·고와의 전향적인 합의의 결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 속에 출범했다는 ‘영암군 중·고 통폐합 추진위’가 실제론 통합의 중요 당사자의 강한 반감과 거부감이 전제되어 있는 셈이다. 영암읍 중·고 통합을 위한 ‘세 번째’ 노력에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게 교차하는 이유들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영암군 | 영암여중·고 | 영암형 공공형 사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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