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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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산로에서

이카로스의 날개

조정현 영암읍 주민자치회 감사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명장(名匠)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재주를 가진 다이달로스는 도시국가 아테네 출신으로 유명한 장인이었지만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후 아테네에서 추방당한다. 이후 다이달로스의 재주를 알아본 미노스 왕이 그를 환대하여 크레타섬에 정착하게 되는데, 당시 미노스의 크레타섬은 강력한 해군을 바탕으로 멀리 아테네에서까지 조공을 받았던 아테네 제국 이전 지중해를 지배하던 패권 국가였다. 크레타에 자리를 잡으며 미노스의 왕비인 파시파에의 환심을 사게 된 다이달로스는 그녀의 시녀인 나우크라테와 결혼하였으며, 그들이 낳은 아들이 이카로스이다.

미노스 왕과 파시파에 왕비 사이에 미노타우로스라는 반인반수의 괴수가 태어난다. 미노스 왕은 그를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명하여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라비린토스)을 만들게 한다. 크레타의 조공국(朝貢國)이었던 아테네는 9년마다 젊은 남녀 7명씩을 인신공물로 보내야 했는데, 이 인신공물이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이다. 나중에 아테네의 왕이 된 테세우스가 자진하여 인신공물이 된 후 크레타의 미궁에 들어가 괴수 미노타우로스를 척살하였다. 테세우스는 미궁에 들어가면서 크레타의 아리아드네 공주가 준 실뭉치를 풀어두었다가 그 실을 되짚어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왔다. 아테네로 금의환향한 테세우스는 왕위에 올라 지중해 패권국 아테네 제국의 기반을 다졌다.

미노스 왕은 아리아드네 공주에게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탈출할 방법을 알려준 이가 다이달로스임을 알게 되어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미궁의 첨탑에 함께 가둬버린다. 자신이 설계하였지만 나오는 방법을 알 수 없었던 다이달로스는 고민 끝에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 탈출하기로 하고, 날개를 만들 수 있는 새의 깃털 등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두 쌍의 날개를 완성한다. 드디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기 전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바다 위 수면 쪽으로 너무 낮게도, 그리고 태양과 가까이 너무 높이도 날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발아래 내려다볼 수 있는 황홀감에 이카로스는 하늘 높이 솟아오르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분노에 밀랍이 녹아내리며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이카로스 신화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가까지 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이카로스의 날개’를 해석하는 지배적인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 일반적인 견해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라는 뜻인데, 미치지 못함은 이루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루지 못하였으니 실패한 것이며, 지나침은 결국 실패와 동의어이다. 두 번째 견해로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라고 해석한다. 긍정적인 해석이며 진보적 시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화 등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기술 적용에 있어 이전에 없었던 도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법을 허용하는 두 번째 해석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치 분야에서는 일반적이고 보수적 견해라 할 수 있는 ‘과유불급’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내란의 밤이었던 지난 ‘12・3’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척결되었어야 할 내란범들이 재판이라는 절차 뒤에 숨어 황당한 주장을 뻔뻔스레 늘어놓고 있다. 그들은 추락하였다.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하고 마치 그들만의 세상인 양 하늘 높이 올라 세상을 그들의 발아래 놓으려다가 헬리오스의 저주를 받은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추락한 것이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선출자를 앞세워 권력서열 우선순위라고 소문난 김 씨를 중심으로 측근 비선들이 국가의 이익을 탐하면서 대한민국을 좌초시켰다. 국정을 끌고 갈 방향도 가늠하지 못했던 그들은 달콤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구적인 집권을 꿈꿨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나 주권자 국민에 의해 그들은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친위 쿠데타를 제압하고 내란세력을 벌하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해 전 세계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무법자’ 트럼프가 전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 시대에 내란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하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경이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UN 연설에서 민주주의 선도국가를 자임한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천명하여 국민주권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여태까지 기술적, 제도적 한계 때문에 직접 민주주의를 시행하지 못하고 선출직에 의한 대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본류인 양 행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기술적, 제도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미래를 보았고, 직접 민주주의와 가까운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정부’를 내세웠다. 이제 이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2026 지방선거가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키워드 : 내란세력 | 이카로스신화 | 주민주권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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