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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리지’라 함은 좁게는 일정한 곳의 지형이나 길 따위의 형편을 기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막연한 개념 규정일 테고, ‘글로컬(Glocal)’이라는 용어가 대변하듯,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특정 지역의 기후, 생물, 산과 강, 도시, 교통, 주민, 산업 따위의 형편을 총체적으로 기술한 책이면서도, 전 인류의 삶의 환경을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되는 책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암군 지리지’라 함은 - 당시 시대상황에 따라 행정구역은 누차 변천해왔다 하더라도 - 영암이라는 어느 정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군민들의 삶의 조건과 환경들을 통시(通時)적 관점에서 기술함과 동시에, 각각의 시대를 연결시켜 주는 ‘영암’만의 공시(共時)적인 특질을 추려내어 엮은 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리지’가 갖는 종합적인 특성에 더하여, ‘총서(叢書)’라 함은 여러 지리지들을 한데 엮어놓은 것일 테니 그야말로 백화점이나 박물관에서 상품이나 유물들을 알아보기 쉽게 잘 구분하여 진열해 놓은 모습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영암군 지리지 총서」는 이와 같이 ‘백화점’으로서의 ‘총서’가 지닌 보편적인 인식을 뛰어넘는다. 19권에 달하는 크고 작은 방대한 1차 고서(古書)들을 430쪽 1권의 책에 시대순으로 모두 다루고 있음에도 전혀 식상하거나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마치 명민(明敏)한 ‘디스플레이어(displayer)’가 좁은 공간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상품들을 중요도 순으로 효율적으로 배치하듯, 목차부터 세부 내용에 이르기까지 메시지는 최대로 전달하되 군더더기가 없다. 본서 총론(總論)에서 밝히고 있듯이, ‘영암(靈巖)’이라는 지명이 최초로 기록된 1145(고려 인종 23)년 ‘삼국사기 지리지’를 필두(筆頭)로, 1998년 ‘영암군지’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소개된 열아홉 권의 지리지 모두 각기 그 고유한 색깔과 가치를 잘 기술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각각의 핵심 요소들과 세부 내용들을 독파해내는 일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독자들 각자의 몫이 되겠지만, 지역과 전국을 관통하는 열아홉 권 지리지를 시대순으로 완벽히 파악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게다가 1402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부터 1930년 ‘영암군 행정지도’까지 총 열여섯 개의 지도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한 달 전쯤 한 고등학생이 모 신문 ‘독자의견’ 란에 올린 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향토사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영암군’이라는 제목의 짧지만 울림이 있는 내용이었다. 영암 향토사 관련 자료를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호소와 함께,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영암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젊은 학도의 열정 앞에서 부끄러운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 학생의 지적대로 지금까지 영암 향토사에 대한 갈증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향토사 연구가 미진했던 것이 아니라,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지역민이나 대중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영암군 지리지 총서」 출간을 계기로 우리 영암의 향토사 서적들이 군민들에게 확산 보급되어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2025.11.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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