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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불대 기획처장
희한한 일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줄고 기상악화로 작황까지 부진해 쌀 수확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쌀 생산량이 30년 만에 최소치라고 한다. 그런데도 쌀값이 오르기는 커녕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지난번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정부는 중국산 배추 수입을 늘리는 등 팔을 걷고 나섰다. 그럼에도 쌀값 하락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모른 척 하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 숨이 막히는 농민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다. 농민들은 올해 쌀 생산량이 많이 줄었는데도 쌀값은 오히려 폭락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적자경영 속에서 더 이상 농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절규다.
기상악화… 수확량 급감
통계청이 지난 16일 내놓은 ‘2010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29만5000톤으로 집계됐다. 냉해로 인해 기록적인 흉작을 보였던 1980년(355만톤) 이후 가장 적은 량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491만6000톤)보다 12.6% 줄어든 것이다.
우리 전남지역의 쌀 생산량도 지난해(91만3000톤)보다 7.5% 줄어든 84만5000톤에 그쳤다.
이처럼 쌀 생산량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재배면적 감소에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쌀 재배면적은 89만2074㏊로 지난해(92만4471㏊)보다 3.5% 줄었다. 4대강 공사로 9000㏊가 줄어든 것도 크다.
기상악화도 쌀 생산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은 벼 생육 초기인 5~6월 저온현상으로 포기당 이삭수가 줄어든 데다 8~10월에도 비가 많고 일조시간이 줄어 낟알의 충실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8~9월 태풍과 이후 고온다습한 날씨로 병해충까지 겹치면서 작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생산량 줄면 가격 올라가는 게 상식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쌀값은 40㎏ 조곡 기준 12만9000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재고 쌀이 많은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농민들은 흉작에 울고, 폭락하는 쌀값에 또 울고 있는 실정이다.
쌀값이 떨어지면서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 2007년 2천734만원이던 전남 농가의 평균소득이 2008년 2천634만원, 지난해엔 2천521만원으로 줄었다.
늘어난 것도 있다. 바로 농가의 부채다. 농가부채는 지난 2008년 농가당 1천889만원에서 지난해 1천992만원으로 더욱 늘었다. 이래가지고선 농업경영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신곡 소비량을 초과해 생산된 물량을 전부 사들이겠다는 게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렇게 하면 쌀값과 농심(農心)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농민 우롱책에 불과하다. 2010년산 공공비축미 매입 예정량이 지난해 91만톤보다 무려 53% 줄어든 42만 6000톤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매입 예정량도 지난해보다 8만톤 줄어든 10만3000톤에 머문다.
쌀 생산량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매입물량을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책정한 것이다. 농업인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농업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절규 ‘야적시위’
쌀값 하락에 따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야적시위가 또 시작되는 건 이런 연유다. 생명줄과도 같은 쌀을 차에 싣고 와 난장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 농민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피땀 흘려 가꾼 쌀을 쌓아놓고 시위를 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이 오죽할까.
농민들의 요구는 다른 게 없다. 이익을 남겨달라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최저생산비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농민들의 야적시위는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정부의 대책은 별반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농민들의 눈에서 농업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건 더 큰 문제다. 농업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도 금방 바뀔 것 같지도 않다. 희망은 고사하고 갈수록 절망 쪽에 가까워 보이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농민들의 요구대로 매입량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해 줘야 한다.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쌀값을 보전해주는 게 맞다. 누가 뭐래도 생명의 근원인 쌀농사만은 앞으로도 계속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쌀 재배농가의 생산비 보장을 위해 농업경영안정 대책비도 늘려야 한다. 쌀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대북 쌀 지원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갈수록 줄고 있는 쌀의 소비대책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생산비 보장으로 농민에 희망 줘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쌀값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쌀농사는 우리 농촌의 마지막 보루이기에. 쌀은 우리가 먹을 식량이기에.
아무리 사회가 발전한다 해도 쌀의 가치를 소홀히 할 수 없지 않는가. 우리 농민들이 희망을 갖고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최소한 해야 할 일이다. 두말할 것 없이 그 첫걸음은 쌀값 보전과 생산비 보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재원 www.yanews.net
2026.01.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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