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다섯만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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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다섯만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이원형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주)시흥유통 법무실장
(주)라카데미 전임강사 겸 부사장
간신(諫臣) 다섯만 있으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이는 효경(孝經) 간쟁장(諫諍章)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른말로 직언하고 목숨을 걸고 직간하는 신하의 역할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리하여 조선시대에는 감찰활동을 하는 사헌부와 대신이나 군주의 잘못을 바로잡는 간쟁(諫諍)을 담당하는 사간원을 두어 이를 양사라 칭하였다. 사헌부의 대신(臺臣)과 사간원의 간신(諫臣) 을 합쳐 대간이라 하였다.
양사는 군주나 대신들의 견제기능을 가진 기구로 오늘날에는 언론기관이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대간과 군주나 대신 간에는 항상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불편한 사이였다. 대개의 경우 감언(甘言)은 듣기 좋고 간언(諫言)은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언은 독이 되고 간언은 약이 된다는 말은 예전에는 물론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통용된다.
당 태종 이세민은 형과 아우를 죽이고 아버지 고조 이연을 실질적으로 폐위시키고 등극했지만 위징 등의 간언을 잘 받아들여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의 성군 세종대왕도 재위기간 직언구하기를 목마른 것 같이 하였고 자신을 반대한 황희나 박은 등을 등용하여 자신의 치대를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조선 성종 때 김언신이 사헌부 지평으로 있을 때, 이조판서 현석규를 당나라 노기와 송나라 왕안석(오늘날에는 개혁가로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중국사서에는 대표적인 소인으로 기록됨)에 비유하여 소인이라 탄핵하였다. 성종은 사실이 아니면 임금을 속이는 죄를 받겠느냐 물었고 김언신은 진술에 잘못이 있다면 극형을 받겠다고 답했다. 성종이 의정부와 6조에 물었으나 어느 누구도 현석규를 소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이에 성종이 의금부에 국문하게 했더니 기망률로 장100대와 도3년으로 논하자 성종은 마땅히 죽을죄인데 죄가 가볍다며 친국을 하였다. “임금을 기망한 죄는 죽을죄이다. 네가 지금도 석규를 소인이라 하겠느냐? 아니면 당초 말이 잘못이냐?” 김언신이 “신이 잘못 말한 것이 아니며 석규는 진실로 소인입니다.” 답하자 성종이 다시 묻길 “네가 석규를 노기와 왕안석과 같다고 했으니, 나를 당의 덕종과 송의 신종(이 둘은 졸렬한 군주의 대명사로 불리움)과 같다는 말이냐?”라고 묻자 언신이 “덕종은 노기 하나만 썼고 신종은 왕안석 하나만 썼습니다. 석규는 노기의 음험함과 왕안석의 간사함을 겸하고 있는데도 그를 쓰시니 전하는 두 임금보다 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하자 성종은 즉시 노여움을 거두고 “죽음에 이르러 말을 고치지 않는 것은 신(信)이다. 간하는 신하를 죽이는 자는 걸주(중국 은의 마지막 왕)뿐이다. 네가 끝내 굴하지 않는 강개함을 치하한다” 면서 술을 하사하였다. 이처럼 성종은 조선의 역대 왕 중 간언에 가장 너그러웠고 그로인해 조선의 문치주의를 완성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감언을 물리치고 간언을 받아들이는 건 인간으로서 수월한 일은 아니나, 오늘날 지도자들에게도 아주 중요하고도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영암에서 산수뮤지컬에 대한 감사 결과에 대해서 전국공무원노조 영암군 지부가 군민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군수에게 3개항을 촉구함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에 영암군 간부공무원들이 모 의원의 의욕 넘치는 의정활동을 문제 삼아 민주당에 제명을 진정하는 등 헌법 제7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7조의 공무원의 정치행위 금지를 위반하여 군민의 우려를 자아낸 것에 비하면, 공무원 영암군 지부의 행위는 우리 영암의 미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필자만의 단견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영암군공직자 상하간의 대립을 부추기거나 반목을 조장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담당공무원들의 내부에서 충분한 의견이 개진되고 치열한 내부토론이 선행된다면, 정책의 장.단점을 부각시켜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여 최소화하고, 혹시 간과 할 수도 있는 절차적 위반을 사전에 거르는 작업을 거친다면 많은 군민이 군정을 신뢰하리란 점을 지적하고자 할 뿐이다.
산수뮤지컬 감사결과에 대한 군수와 영암군지부의 사과를 접하면서 감언은 듣기 좋으나 독이 되고, 간언은 거슬리나 약이 된다는 구절을 상기하면서 우리 모두가 간언에도 귀를 기울이자고 제안한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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