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패의 막장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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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직자, 부패의 막장에서 벗어나야

김명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삼정KPMG 부회장
한국행정연구원의 6월13일 기업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위공직자의 부패가 2000년 이래 최악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이 지난 3월31일부터 4월1일 까지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가지면서 4대강 공사업체들로부터 비용을 지원받고 룸살롱에서 향응과 접대를 받다 현장에서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 저축은행 사태로 터진 공직 부패의 먹이사슬은 금융권을 넘어 관계와 정계는 물론 권력의 핵심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을 감독하는 기관에 몸담았던 퇴직 공직자들이 최고경영진에 들어 앉아 있으니 감독기관은 금융 로비스트의 놀이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상식을 초월해 부패의 막장으로 파고 들어가는 구조적인 악습은 어디쯤에서 멈출 것인가?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TI)의 평가에 따르면 39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 되었다. 경제력에서 세계12위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아래다. 한마디로 정치 민주화나 경제 수준에 비하면 부패가 만연되어 있다는 증거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한탕주의’와 ‘패거리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비리의 사슬이 특정 학맥과 인맥으로 연결되면서 더욱 구조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개발독재 시대 권력에 기대어 하루아침에 거부(巨富)가 되는 풍경을 목도하면서 살아왔고, ‘우리가 남이가’라며 끼리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독식해 온 ‘패거리 문화’, ‘줄세우기 풍토’에서 땀흘리지 않고 이익을 독과점하며 맛들인 결과다. 정권을 잡은 정당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각종 공직과 예산을 싹쓸이 하고, 덩달아 기업까지도 특정 지역에 공장과 일자리 몰아주기에 바쁘다. 이렇다 보니 사회의 양극화 골은 깊어지고 공동체는 차별과 불균형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이간과 분열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 지도층의 각성이 절실하다. 최근 모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상류층의 의무)에 대해 응답자의 74%가 우리나라의 상류층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87%는 권력, 재산, 명예를 소유한 상위계층이 경쟁 규칙과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으면서 특권만 지나치게 누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회적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특권을 가장 많이 누리는 계층으로 정치인, 재벌과 부자, 고위 공무원과 관료 순으로 지적했다. 한국사회의 상류층에 대한 국민 인식의 현주소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우리는 분단과 전쟁, 가난의 질곡을 근검 절약, 땀과 노력으로 넘고 오늘의 부를 축적했다.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다. 그것만으로도 세계사적으로 유래 없는 기록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룬 것이니 나의 것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모든 것은 사회 공동체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함께 누리는 공감의 세기를 열어야 할 때이다.
미국의 대부호들이 평생에 걸쳐 모은 재산을 세상에 나누어 주고 떠나는 그런 ‘비움’에서 배워야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강철왕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지금도 그 재단의 이름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현재 활동 중인 투자가 워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도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는 삶을 살고 있다. 성공한 사람이 최고의 정점에서 물러서고, 많이 가진 사람이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 그늘진 곳을 찾아 나누고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다. 자신이 이룬 것을 공동체를 위해 나누고 비움으로써 미래세대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더 큰 성취의 공간을 물려주는 지혜로운 삶이다.
우리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정약용의 목민정신을 되새겨 본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外侵)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의 이반(離反)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재물을 절약해 쓰는 데 있고 절용(節用)하는 근본은 검소한 데 있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백성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소하게 하는 것은 목민관이 된 자가 가장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청렴은 공직자(牧民官)의 본분이며 모든 선(善)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이다. ‘끼리끼리’ 몰래 몰래 나누고 챙겨주는 ‘패거리문화’는 버릴 때가 되었다. 국가의 예산과 인사, 기업의 부(富)와 일자리, 심지어 은행에 맡겨둔 예금까지 ‘끼리끼리’ 도적질해 먹는 ‘막장사회’라면 우리가 비웃는 소말리아 해적 떼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선진 일류국가는 요원한 일이다. 비밀이 없는 세상이다. 지식과 정보의 보편화 시대에 독점과 차별은 오래가지 못한다. 민심의 분노가 세상을 덮기 전에 이쯤에서 탐욕의 질주는 멈추었으면 싶다.
김명전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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