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가 무더위로만 각인되어 있는 절기는 아니다. 서서히 더위가 시작되기에 갖가지 맛좋은 과일과 채소가 선보이는 시절로, 단오(端午) 이후 먹는 밀가루 음식 맛이 가장 좋을 때라고도 한다. 옛 조상들은 소서 전후 음식으로는 국수나 수제비가 제격이요, 소채류로는 호박이며, 생선으로는 민어가 제철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하지(夏至) 무렵에 모내기 끝내고 모 낸 20일 뒤 소서 때는 논매기 한다’는 말처럼 농민들에게 할 일이 태산인 때도 이때다. 이젠 논매기 대신 제초제를 뿌려야 하고, 날아든 병충해 방제도 소홀할 수 없다. 지금은 심는 이가 적지만 콩과 팥, 조밭의 김을 매야하는 때이기도 하려니와 논두렁의 잡초를 베어내 퇴비를 마련해야 하는 때도 바로 이때다.
소서에서 시작한 더위는 대서 땐 ‘큰 더위’, 즉 ‘불볕더위’와 ‘찜통더위’가 되어 기승을 부린다. 이때부턴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더위 때문에 ‘염소뿔이 녹는다’고 할 정도가 된다. 농업이 주업이었던 옛 조상들이 무더위를 이겨내려는 건강의 지혜가 엿보이는 삼복(三伏 : 초ㆍ중ㆍ말복) 역시 소서와 대서, 그리고 입추(立秋) 사이에 끼어있다. 올 해는 유례없이 일찍 찾아온 장마와 때 이른 폭염이 24절기를 무색하게 한다. 하지만 무더위를 이겨낸 조상들의 지혜만큼은 여전히 활용해 봄직하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26.01.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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