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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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휴가

월우스님
월출산 도갑사 주지
여름휴가는 대개 7월과 8월에 집중된다. 이때에 기온이 일년중 가장 높은 때이고 습도가 높은 때임으로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이때가 휴가철이라고 모두들 생각하며 모든 제도권의 기관도 직원들의 휴가를 이때에 고려한다.
휴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휴가를 보내는 모습은 대부분이 국내외로 여행을 가거나 또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거나 또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매장에 쇼핑을 돌아다니면서 세일 물건을 사는 것으로 보낸다.
모든 생명은 휴식이 있고, 그 휴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여 새로운 걸음을 내딛듯이 휴식은 우주의 질서이고, 법칙이다. 생명이 있으므로 휴식이 있는 것이다. 길게 보면 우리의 인생 전체에서 삶과 작게는 하루의 일상에서 낮과 밤의 이치와 같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데,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나 보니 느려 터진 거북이는 이미 정상에 올라 있었다.
승자가 뻔 한 시합이었음에도 우승의 기쁨은 토끼가 아닌 거북이의 몫이었다.
토끼는 느린 거북이의 속도를 감안하고 ‘좀 쉬어도 되겠지’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좀 쉬어도 되겠지’라는 상황판단을 하고 ‘쉬겠다’는 의사결정을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쉽게도 토끼의 휴식에는 전략과 전술이 부재했다.
토끼가 동화에서처럼 정신없이 시간을 제어하지 못하고 잠들어 버릴 것이 아니라, 제때에 제대로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면 당연히 토끼가 우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토끼는 그렇지 못했다. 대책 없을 정도로 정신 놓고 쉬다 낭패를 본 토끼의 ‘휴(休)’스타일이다.
‘토끼의 교훈’이 너무 컸던 것일까? ‘잘못 쉬다가는 뒤처질 수 있다’는 무의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잠재돼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의식은 세대별, 직급별로 인식의 차이가 있지만…. 이제는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쉬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동안 여름 휴가철이 되면 꽉 막히는 도로체증을 참아내며 북적거리는 바닷가로, 또는, 여행 가이드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다녔지만, 21세기 휴가는 나름대로 전략과 전술이 요구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휴가를 위해서, 자연과 더불어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들의 합창과 이름 모를 풀 여치소리의 반주를 들으며 산사의 ‘탬플스테이’를 추천 하고 싶다.
하루 세 번 명상과 소그룹모임 그 이외의 시간은 자발적인 체험을 하거나, 울창한 산속이나 호젓한 들녘을 산책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구고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무거운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냥 몸을 자연에 내어 맡기며 생명의 기운을 재충전하는 휴식이 어떨까?
그곳에서는 자연과 내가 하나가되어 편안한 휴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세속에 찌든 마음의 찌꺼기를 전부 걷어내고 맑은 물에 헹구듯 하면 다시 그 빈 공간에 자연의 선물인 기쁜 마음과 열정으로 가득 채워 보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우리 자신은 늘 휴식을 갈망하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곧 뒤처지고 만다는 강박증 속에서 우리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계속 달려가기를 요구하면서 휴식을 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우리가 진정한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바라보는 관계 속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여유가 있을 때, 타인의 부족함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보족함을 인정하며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너와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니고 나의 여유 속에 너의 생명이 같이 숨 쉬는 공존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휴식 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적 고갈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잘 쉬는 것은 잘 사는 한 부분이고, 잘 쉬게 하는 것은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올바를 삶이 될 수 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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