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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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요즘 한 방송사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인기다. 이정명의 동명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으로, 세종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전 7일 동안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석규(세종 역), 장혁(강채윤 역), 신세경(궁녀 소이 역)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오랜 세월 연극배우나 조연 등으로 연기실력을 갈고닦은 윤제문(정기준 역), 조진웅(무휼 역)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명품이다.
특히 극중에서 세종은 간간이 ‘지랄’ ‘니기미’ 같은 욕설을 내뱉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무리 임금이라도 신하들 앞에서 욕설 한마디쯤 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수긍하는가 하면 세종의 인간미까지 느끼긴다고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반포 1년 전 서사시인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조선 건국의 시조들을 찬양하고, 왕조의 창건을 합리화한 이 시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바다에 이른다’며 왕조의 무궁을 기원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그린 것은 한글 창제라는 대 프로젝트가 실현되기까지 이에 반발하는 정통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대부들의 조직적 반발과 이에 대한 세종의 대응이다. 범죄수사극을 떠올릴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지만 한편으론 잘못된 우리 역사교육의 한 단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글이 창제될 당시 기득권층의 반발이 어느 정도였으며, 세종의 인간적 고뇌는 얼마나 깊었을까’. ‘백성의 글이 만들어지기까지 귀족들은 어떻게 반발했을까’. 이런 역사는 학교에서 가르치질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이 창제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지배세력의 반발과 고뇌, 일반 백성들의 혼란 등을 학교에서 배운 바 없는 우리로서는 드라마의 장면 장면에 깊이 빠져드는 일로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도리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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