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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법과대학 로스쿨 초빙교수
前 EBS한국교육방송공사 부사장
前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언론비서관
“어느 맞벌이 가정의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 남편과 아내는 모두 직장 일이 바빠 배관공을 불러놓고 변기가 뚫릴 때까지 지켜볼 여유가 없다. 이때 부부는 각각 어떻게 행동할까? 남편들은 대개 막힌 변기는 아랑곳 않고 출근을 한다. 반면 부인들은 마술사같이 일정을 조정하고 배관공을 불러 변기를 고쳐놓은 뒤 출근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내가 쓴 “퍼스트레이디, 미셸의 백악관 입성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상의 풍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상이 대통령 부인의 일상이라면 다르게 다가 온다. 평범한 서민에서 퍼스트레이디에 오른 미셀은 남편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가끔 시장에서 손수 장을 보는 등 서민의 모습으로 국민 속에 함께하는 풍경을 가끔 보여준다. 미셀의 내조는 평범한 일상 같아 보이지만 대통령을 그만큼 서민 대중의 삶 속으로 내려 놓는다.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그녀가 대중에게 남편을 알리는 재치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미셸도 인간적인 대통령 오바마와 더불어 가장 인간적인 영부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인에게 부인의 존재와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정치인의 부인은 측근 중의 측근이다. 따라서 부인의 내조에 따라 정치인 남편의 성패는 물론 정치생명까지도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의 부인은 배우자를 넘어 ‘러닝메이트’라는 말이 더 적합할 듯싶다. 정치권에서는 부인의 유형을 대략 세가지로 분류한다. ‘전통적 내조형’ ‘독립적 내조형’ ‘방관적 내조형’이 그것이다. ‘전통적 내조형’은 말 그대로 본인의 실체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뒤에서 정치인 남편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것을 채워 주거나 보조해 주는 역할이다. ‘독립적 내조형’은 남편 역할의 보좌적인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맡아 성과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남편의 평판을 높이고 정치적 성공에 기여하는 유형이다. ‘방관적 내조형’은 철저하게 정치와는 선을 긋고 전업 주부 또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유형이다. 이 중에서 적절히 뒤섞인 절충형도 있지만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다만,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독립적 내조형’이다.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주로 남성이 잘 할 수 없는 분야에서 여성으로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영수 여사의 ‘새마음 봉사단 사업’, 이순자 여사의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 김윤옥 여사의 ‘한국전통음식과 문화보급운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독립적인 내조는 자칫하면 남편의 정치적인 생명까지 좌우할 뿐만 아니라 제2의 권력으로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 치원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잘만하면 상당한 성과를 올려 감동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치인 부인의 내조는 직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중요하다. 또한, 그만큼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지자체장 부인들의 내조 역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영암군 김일태 군수의 부인 임향숙 여사의 활동은 ‘의미 있는 독립형 내조’의 전형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임 여사는 ‘달마지회’ 회장이다. 달마지는 영암의 상징 ‘월출산 달맞이’에서 따온 이름인 듯싶다. 달마지회는 영암군 공무원의 부인들이 주축이 되어 주부들과 함께 이웃사랑운동을 펼치기 위해 만들었다. 여느 단체와 마찬가지로 이 단체 역시 독거노인과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장학금을 비롯한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봉사하는 활동으로 출발했다. 이 같은 활동은 정치인의 부인들이 일상적으로 펼치는 것이어서 색다를 것이 없다.
특별히 이 단체의 활동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내고향 농산물 판매운동 때문이다. 판매하는 농산물의 품목도 다양하다.
녹미, 흑미, 팥, 서리태, 유기농 찰보리쌀, 참기름, 들기름, 고춧가루, 볶은깨, 현미찹쌀(유기농 찰보리쌀), ‘건(乾)나물세트’, ‘장류세트’, ‘빨간양파즙’ 등 영암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품목을 망라하고 있다.
농산물 판매운동은 펼치게 된 것은 임향숙 회장이 도로변에서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 농민들이 좌판을 벌리고 헐값에 농산물을 팔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출발한 농산물 판매운동으로 지난 2010년 한해 동안 12억5천만원, 2011년에는 10월 현재 15억 여 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 농산물 판매운동은 지금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농산물직판운동의 모델이 되었다.
자치단체 장의 부인이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전국에 알리고,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농촌에서 근본을 잃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역할로 정치인 남편을 돕고 주민들을 돌보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김명전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