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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교육지원청 교육미래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ROTC 중앙회 부회장
前 영암여자중·고등학교장
월출산! 국내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작지만 병풍처럼 늘어선 기암괴석의 산세는 호남의 명산중에서 으뜸이다. 이러한 명산을 가까이 두고 그래도 가끔 계절에 따라 월출산 천황봉을 향하여 산행하는 나는 큰 복을 얻었나 보다.
4계절 중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에 자연의 신비함을 더 느끼며 산을 오르곤 한다. 바위의 진풍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이 때쯤 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 11월 하순, 젊음과 패기가 넘치는 약관의 나이에 사귄 대학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월출산 천황봉을 바라보며 아침 9시30분에 천황사를 출발하였다. 안개가 자욱히 끼어 시야가 1Km 이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등산객이 가장 많이 다닌다는 천황사에서 출발해 천황봉-구정봉-갈대밭을 거쳐 도갑사로 내려오는 코스을 선택하였다.
천황사에서 출발해 구름다리에 도달하는데 몸이 풀리지 않해서인지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절벽을 잇는 구름다리를 지날 때에는 오금이 저리어 오기도 했다. 바람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90도의 급경사인 철사다리 계단이었다. 철사다리를 양손으로 꼬옥 잡고 발로는 장애물 건너기 유격훈련을 받듯이 안전에 안전을 밟으며 서로 조심하라며 간신히 내려 왔다.
우리 일행들은 바람폭포에 당도하여 땀을 닦고 잠시 휴식을 하였다. 서로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즐거운 웃음으로 정담을 나누었다. 이 나이에 무슨 말이 필요하랴. 다시 경사가 급한 천황봉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이순(耳順)의 나이가 넘었서인지 우리 일행들 중 한사람도 포기하고 내려가자는 사람은 없었다. 나름대로 산행을 한 경험에다 세상의 온갖 고생과 시련을 다 겪고 살아온 인생이라 무슨 불평이 있으리요, 분노가 있으리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월출산처럼 묵묵히 천황봉을 향하여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천황봉에 오르는 막바지 오르막인 계단이 고비였다. 일행들은 체력이 모두 소진된 탓일까 숨을 몰아 내쉬며 마지막 힘을 모아 통천문을 지나 12시30분에 천황봉 정상에 올라섰다. 나는 통천문(通天門)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현자(賢者)들이 “인생을 산행과 같다”라고 설파한 말을 되새겨 보았다. 그렇다. 누구나 쉽게 이 통천문을 지나 월출산의 천황봉이 다다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하늘문을 통과하여 새 하늘과 만나는지 모르겠다. 헐떡거리던 호흡이 이 대목에서 경건하게 멎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정상에 올라 섰을 때는 자욱히 낀 안개 때문에 시야가 100미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지 못한 체 천황봉을 떠나 구정봉을 향하여 내려 가야만 했다.
조물주만이 만들 수 있는 정교하게 깍여진 저 바위들, 자기 얼굴들을 자랑하듯이 지는 노을에 형형색색 아름답기가 끝이 없다. 모처럼 친구들의 얼굴을 보듯이 이야기하며 구정봉의 쉼터까지 겨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왔다.
구정봉부터는 내리막이다. 가을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걸을 때면 울긋불긋 낙엽들의 사그락 사그락 밟는 소리에 마음은 적막하고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어느덧 갈대밭에 이르렀다. 억새꽃은 바람에 흩어지고 꽃대만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등산객들에게 손짓을 멈추지 않는다.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을 남겨 놓으며 억새꽃을 뒤로 한 채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억새밭부터 목적지인 도갑사까지는 돌길이며 흙길이기도 하다. 도갑사에 도착할 때에는 안개가 겉치고 월출산 산자락에 붉은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자신을 태우며 넘어가고 있었다. 내 인생도 저렇게 아름답게 물들려면 저 붉은 저녁 노을이 지기 전에 몇 번이나 월출산을 오르내려야만 월출산의 저 깊은 뜻을 알 수 있을까?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26.01.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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