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길, 아름다운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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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도자의 길, 아름다운 리더십

김명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삼정KPMG부회장
전EBS부사장
전 청와대 비서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청암 故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사회장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장례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빈소를 지켰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빈소에는 기라성 같은 인물에서부터 다문화가정 자녀, 대안학교 초등학생, 촌로에 이르기까지 분향하고 국화꽃을 바쳤다. 남녀노소에서 종교와 이념의 벽을 넘어 분향의 행렬이 이어지는 모습은 근래에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청암 박태준, 그는 신의의 삶을 살았다. 그를 선택해 소임을 맡겨준 박정희 전대통령과에 대한 의리는 박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그 아들에 까지 대를 이어 지켰다. 박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가 방황하던 시절 아버지처럼 그를 보호해 주었고 뒤늦게 성사된 결혼식 때는 아버지의 대리인으로 결혼식장을 지켜 주었던 아름다운 일화는 유명하다. 이 시대의 지도자들, 특히 정치인들은 그 분의 삶을 한번쯤이라도 되돌아 보았으면 싶다.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
정치(政治)가 무엇인가? 인간이 사는 세상을 살맛 나게 만드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배반의 정치, 신념도 이념도 없이 시세(時勢)에 따라 양지만을 찾아 이리저리 줄타기하는 곡예사 정치, 약속을 헌신짝 벗어 던지듯 하는 정상배 정치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민심을 상하게 한다. 하물며 은인을 배반하는 정치는 미래세대의 교육에도 큰 해악을 미친다. 그 분이 생전에 보여준 리더십은 인간에 대한 신의와 충성심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청암(靑巖) 박태준 전 국무총리는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라는 좌우명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조국에 바쳤다. 국가가 부를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망설이지 않았다. 포항공대에 세워진 그의 동상에 새겨진 ‘강철거인 (鋼鐵巨人), 교육위인 (敎育偉人)’이란 여덟 글자가 오롯이 그의 인생을 증거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우리시대의 마지막 영웅이라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분이 세상을 떠나기 전 수술을 집도한 의사들이 나눈 대화가 가슴 아프게 다가 온다. “사람의 몸에서 왜 이런 규사(硅沙)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10년 전,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의 폐 아래 물혹 수술을 한 미국 의사들이 던진 의문이다. “10년이 지났는데도 또 규사가 나왔습니다.” ‘규사’는 잔 모래알이라는 뜻이다.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포항제철이 들어선 포항의 영일만은 모래 벌판이다. 그 모래 먼지 속에서 25년 동안 포항제철과 광양제철을 세우며 들여 마신 것들이다. 국가의 부름에 몸을 던진 삶의 흔적들이다.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간 삶
그분은 돌아가시기 10년 전 본인 앞으로 되어 있는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판 돈 14억원 중에서 10억원을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는 등 남김없이 나누어 주고 자식들에 얹혀 살다가 평소 즐겨 입던 낡은 양복 한 벌만 수의로 입은 채 갔다. 경영현장에 있을 때도 포스코의 전 사원들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자식들에게 대학까지 장학금을 지원한 최초이자 마지막 기업인이었다. 그는 포스코에 그가 꿈꾸었던 세상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1990년 포스코 공장을 견학 온 모스크바대학 총장이 “우리의 레닌 동지가 이루고자 했던 이상향이 여기 있다!”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호남은 전남 광양에 제철소를 건설한 뜻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분은 포철을 완공한 이후, 대한민국의 두 곳에 추가로 제철소를 짓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두 곳은 가장 낙후된 호남지역과 이북의 함흥이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서해안이 유력한 후보지였지만 그것을 전남 순천으로 돌려 놓은 것은 순전히 그분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꿈꾸던 함흥 제철소는 미완의 것으로 남겨 졌다. 이렇게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은 균형 있는 발전, 나눔을 통한 평화로운 공존이었다.
광양제철소는 청암의 균형발전의지
청암, 질풍노도의 경제개발시대를 달리고, 민주화라는 열망의 강을 건너서, 선진경제의 산을 넘었지만, 차별과 분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대의 암울한 자화상을 뒤로한 채 영웅은 그렇게 떠났다. 한 사람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기적 같은 업적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진정으로 새겨 보아야 한다. 그가 남긴 역사의 족적이 주는 교훈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김명전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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