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갑사 주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절의 풍향계가 바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한사온은 먼 옛날이야기로만 들린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터지는 학교폭력 사건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기에 미쳐 피어보지도 못한 채 무엇보다 소중한 자기 목숨을 포기했을까?
얼마 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언론 보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반응은 분노와 경악이었다. 대체로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잔인하고 뻔뻔하다’는 고발과 ‘이런 나쁜 이들로부터 착한 아이들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이분법적인 분석이 주를 이뤘다.
분노에 찬 고함에 가려 대한민국의 학교가 어쩌다 서로를 잡아먹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전락했는지를 반성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비롯해 경찰이 의욕적으로 내놓고 있는 학교 폭력 개입 방침 등은 이러한 분노에 대한 ‘단답형 해법’들이다. 경찰청은 학교 폭력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담임교사를 형사 입건하는가 하면 일선 경찰에 ‘학교별 일진회 현황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학교 별로 담당 형사를 지정하고, 일진회가 학교 폭력에 연루됐는지 매주 1회 이상 확인하며, 학생들로부터 ‘자진탈퇴서’나 ‘재발방지 다짐서’ 등을 받아 일진회의 와해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진회완 전쟁이다. 이러한 지침이 내려지자마자 경찰이 몇몇 중학교에 찾아가 “문제 학생 명단을 넘겨 달라”, “일진회 관리 명단을 달라”고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풍경도 벌어졌다. 학생들을 ‘예비 범죄자’로 선생님들은 ‘정보원’으로 보는 경찰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감시와 처벌’과 교육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감시와 처벌’이 교육보다 앞서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교도소다.
과거와 달리 맞벌이 부모가정이 늘어나면서 자녀들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자녀들은 학교폭력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방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아쉬운 현실에 처해있다.
유태인들의 방상머리 교육처럼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밥을 먹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곧바로 교육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하루에 한 끼라도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처음에는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족애가 싹 틀것이다.
자녀교육에는 두 가지 큰 영역이 있다. 교과교육과 생활교육이 그것인데 우리는 흔히 ‘공부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성교육의 대부분은 일찍부터 가정에서 이뤄진다. 가족 식사가 일상인 가정의 아이들은 그렇치 않은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지적 수준도 높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 기관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이것만 봐도 밥상머리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는 충분히 있다.
최근 컬럼비아대학 내 연구소인 ‘카사’에서 청소년 1천 2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 식사를 일주일에 5회 이상 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A학점을 2배 이상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밥상머리 대화의 주제나 대화법은 아이의 지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탁에서는 일단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종류나 인터넷에서 재미있게 본 이야기 등 아무 생각 없이 꺼낼 수 있는 주제가 좋다. 이때 부모는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아이들이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오늘 학교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니?’ ‘친구 00하고 잘 지내니?’와 같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면 된다.
아이의 일상에 대한 관심과 하루 한 번 일정한 시간에 아이와 대화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가정교육의 강화는 학교 폭력에 대비한 기본이며 근본적인 대안 중의 하나이고 자녀의 인성교육에도 큰 보람이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폭력의 대비에는 그 중심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에 대한 여러 대처 방안 중의 또 다른 핵심은 학생의 문제이고 학생간의 문제에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 그 역할과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학교 수업과 병행해야 하는 담임교사로서의 일상적인 과다한 행정업무는 학생들에 대한 세밀한 지도는커녕 그들의 고민을 모두 듣고 상담할 시간도 준비도 여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전문적 상담교사를 배치, 학생들의 고민과 고충을 상담해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관심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비단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의 문제나 그들의 부모만이 아닌 우리 자녀들의 문제이고 우리 미래의 문제이다.
이제 지역사회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연계하여 선진국처럼 지역별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젊음을 발산하고 그들의 고민과 그들의 생각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역사회가 만들어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을 안아주어야 된다.
월우스님 www.yanews.net
2026.01.02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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