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수 후폭풍 속 ‘출구찾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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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초강수 후폭풍 속 ‘출구찾기’ 고심

'원 포인트 의회설’ 등 집행부와 절충점 찾기 분주

대화와 타협 포기 따가운 시선 ‘자충수’ 지적도
무조건 개원, 군정질문은 방식 보다 내용 충실해야
군정 질문답변 방식을 놓고 집행부(군수)와 논란을 벌이다 ‘회기 중 폐회’라는 극한의 초강수를 둔 영암군의회(의장 박영배)가 이번에는 ‘출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군민들의 따가운 시선뿐 아니라 제1회 추경예산안과 조례안 등 다른 현안이 산적해 있어 임시회를 다시 열어야 하지만 군정 질문답변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회가 둔 초강수가 오히려 ‘자충수(自充手)’였다는 뒤늦은 지적과 함께 ‘무조건 의회 개회론’에 비중이 실리는 분위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의회는 일단 군정 질문답변 방식에 대한 군수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제207회 임시회를 개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군수만 발언대에 서서 답변하고 의원들은 좌석에 앉아 답변하려던 종전 방식을 바꿔 의원들 역시 등단해 질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제안도 오고간 모양이다.
집행부 공무원들이 의회를 분주히 찾아다니며 절충점을 찾고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군수 의중이다. 언론에 이미 보도됐거나 감사원 등 상급기관의 감사결과, 수사 중인 사안 등을 재론하는 수준의 질의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군수를 깎아내리겠다는 의도가 빤한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고, 받아들이더라도 또 다른 충돌이 불가피하다.
군수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의회가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이른바 ‘원 포인트 의회’를 여는 방안이다. ‘회기 중 폐회’ 선언 때문에 제206회 임시회에서 처리되지못한 2012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 및 일반안건만을 처리하기 위한 제207회 임시회를 열자는 취지다.
계획했던 군정질문에 대해서는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역시 ‘군수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도가 여전히 작동한다. 더구나 이미 알려진 의원들의 질의가 과연 행정사무감사 대상인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위 구성과 관련해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의회가 ‘회기 중 폐회’ 선언만 하지 않았더라면 군정 질문답변 방식을 둘러싼 지루한 샅바싸움의 승자는 당연히 의회였을 것이다. 17년 된 관례를 깬, 그것도 다분히 의도적인 보충질의답변 요구이긴 했으나 군정 질문답변에 주도권을 쥔 쪽은 분명히 의회였다. 12일간의 회기 내내 군수의 보충질의에 대한 답변불응을 문제 삼아 휴회와 정회를 반복한 끝에 회기 마지막날 폐회했더라면 박영배 의장의 표현대로 의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군수에게 돌아갈 뻔 했다.
하지만 의회는 서둘러 ‘회기 중 폐회’를 선택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자 어떤 경우라도 포기해선 안 될 ‘대화와 타협’, 즉 ‘정치’를 포기하는 악수(惡手)를 뒀다. 의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이 군수가 아닌 의원들에게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의회가 스스로 악수를 뒀고, 의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이 의원들에게 있다는데 동의한다면 출구는 ‘제207회 임시회의 무조건 개회’ 아닌가 싶다. 군정 질문답변 역시 ‘방법의 변화’를 택할 일이 아니라 ‘내용의 충실’을 택하면 될 일이다. 그동안 대다수 영암군의원들의 행적을 보더라도 ‘군수를 가만두지 않을 방도’는 군정 잘잘못의 핵심을 꿰뚫는 질의내용이지 질의방법이 아님은 분명하다. 더구나 해당행위에 연루된 의원 5명 가운데 군정현안을 놓고 군수와 일문일답을 자신 있게 벌일 의원은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군정 질문답변방식에 대한 군수의 이의제기로 의회의 위상이 실추되었다고 여길 일도 아니다. 의회 위상은 의원들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이번 ‘회기 중 폐회’ 선언의 탈출구가 또 다시 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꼼수’여선 가망이 없다. 대신 영암군의회의 달라진 위상을 의원들 스스로 찾아가는 식이어야만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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