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진행된 후반기 의장선거의 근본문제는 ‘누가 의장이 될 만한가’에 대한 공론화 기회 자체가 없다는 점인 것 같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는 교황선출방식은 역사적으로도 활극 같은 협잡이 잦았다. 그 협잡은 오늘날 담합, 금품제공, 부의장 또는 상임위원장 나눠먹기 등등으로 탈바꿈했을 뿐이다. 이를 우려해 지난해 이보라미 의원은 회의규칙을 바꿀 것을 제안했었다. 등록제로 하자는 취지였다. 회의규칙을 바꾼다고 담합이나 나눠먹기가 없을 순 없겠으나, 최소한 누가 적합한가에 대한 공론화의 장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제안이었다. 후반기 의장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회의규칙을 개정할 필요는 더욱 커졌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특정의원을 의장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너무나 ‘개인적’인 점도 다수의 군민들이 후반기 의장선거의 후유증을 염려하게 만드는 이유다. 예컨대 들리는 소문대로 ‘개인적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서’가 지지의 사유라면 의장직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후반기에 의회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집행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갈지 자기의 소신을 공개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의원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는 점도 실망스럽다. 이 역시 공론화의 장이 부재한 탓일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의장이 되려는 의원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최소한 분위기라도 살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교황선출방식으로 진행될 이번 의장선거가 갖는 필연적인 폐단인 담합과 나눠먹기는 제6대 영암군의회 출범당시의 ‘초심’을 흐트리는 일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후반기 의정활동에 대한 기대나 집행부와의 적절한 갈등관계 유지 기대를 접게 만드는 일로도 인식되고 있다. 한 의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각 세력별 움직임을 보면 실망감이 앞선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년 전 제6대 의회 출범과 함께 실시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가 9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진행됐던 이유는 군민을 위한 의회를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 같은 의지를 다시 상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에두르기도 했다.
결국 이번 후반기 의장선거와 관련해 군민들의 뜻은 대략 이렇게 모아지는 것 같다. ‘비록 의장선거를 위해 등록하는 절차는 없지만 적어도 군민들에게는 각오를 밝히고 출사표를 던지라’, ‘의회 내부서 끼리끼리 암묵적 모임으로 당선자를 결정할 일이 아니라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구하라’, ‘부의장자리나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먹는 자리로 전락시키지 말라’ 등등이다. 의원들 모두 새겨듣고 실천에 옮겼으면 싶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