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이름은 아시아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에서 10개씩 제출, 각조 28개씩 5개조로 구성되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된다. 태풍에 한글이름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와 북한에서 10개씩 제출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의 경우 앞으로 유사한 태풍 피해가 없도록 해당 태풍 이름의 퇴출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또 피해를 주지 않은 태풍일지라도 다른 사유로 더 이상 현재 태풍 이름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새로운 태풍 이름으로 대체한다. 실제로 2002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끼쳤던 태풍 ‘루사’는 ‘누리’로, 2003년 ‘매미’는 ‘무지개’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한반도 기상이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올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은 제7호 태풍 ‘카눈’으로 시작됐다. 장마전선을 평년보다 일찍 밀어내고,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을 유례없이 키웠다. 그 기세는 다른 태풍의 한반도 접근을 막을 정도다. 실제로 제8호 태풍 ‘비센티’와 제9호 태풍 ‘사올라’는 한반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 채 홍콩과 필리핀에만 피해를 입힌 뒤 소멸했다. 제10호 태풍 ‘담레이’는 제주도와 남해안에 간접영향을 주었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을 꺾기는 역부족이었다.
기상청은 한반도 폭염이 태풍 카눈으로 시작되었듯이 앞으로 한 두 개의 태풍이 더 지나가야 그 기세가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한다. 자연이 ‘自然’인 뜻은 그 스스로 순환하고 자정할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한반도 폭염을 사라지게 할 태풍이 접근할 수 없는 이상 상태가 된 지구환경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위중한 상태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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