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민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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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민주당이다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실패한 사람들이, 승리한 사람들보다는 패배한 사람들이, 더 ‘네 탓’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쩌면 ‘네 탓’을 즐겨한 탓에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민주당도 남 탓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타령이 그 전형이다. 한국의 정치지형(국민의 정치성향)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민주당(후보)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웃기는 얘기다. 웃겨서 슬픈 얘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기운 것은 운동장(국민)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민주당 일반 당원들의 88%가 민주당의 특별 당원(국회의원)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한 거라고 응답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기울어진 민주당’이 문제였던 거고, 문제인 거다.
더구나, 백번 양보해서 이 나라 정치 지형이 기울어졌다 치자. 그렇다면 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 이긴 김대중과 노무현의 승리는 뭐라 설명할 것인가. ‘학용품’ 탓하는 아이치고 공부 잘하는 학생 못 봤다.
더더구나, 국민보고 기울어져 있다(보수화되었다)고 하는 것은 간덩이가 부어도 한참 부은 정신 나간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국민이 기울었다고 규정하면서 자신들은 안 기울었고, 똑바로 서있고, 올바로 살고 있다는 말 아닌가.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보며 살고 있는데, 국민들이 엉터리이고 삐딱하게 우편향되어 있다는 말이다. 무섭다. 그 교만한 자기중심적 발상이 무섭다. 그러니 표가 나오겠는가.
결론... 운동장이 나빠서, 기울어져 있어서, 진 게 아니다. 우리가 나빠서, 우리가 기울어져 있어서 진 거다. 총선도, 대선도, 우리는 우리 때문에 진 것이다. 맨날 남 탓만 하면서 자기 개혁에 눈 감은 우리 자신의 무능과 오만과 결함으로 무너졌던 거다. 이 사실을, 일반 당원들과 일반 국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연히 알고 있(었)다.
‘제3의 길’로 표상되는 ‘블레어 반란(Blair revolt)’이 있었기에 영국 노동당은 18년 보수당 장기 집권의 사슬을 끊고 새 노동당(New Labour) 시대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 노동당 좌파들에게 블레어는 노동당 역사를 팔아먹은 배신자(노동당이 노조와 거리를 두고, 100년 당헌 국유화 조항을 내던져버렸던 것이다!)에 불과했지만, 그는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김한길 지도부는 일반 국민 여론과 일반 당원들의 생각 곁으로 뚝심있게 더 이동해야 한다. (2014년1월21일)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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