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환 발행인 겸 대표이사 |
상과 훈장, 칭찬에 취해 안주하지 마십시오. 지금 영암 행정은 잘한다, 좋다, 이만하면 된다고 사탕발림하는 아첨꾼들과 단절해야 할 때입니다.
민심을 등진 행정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돈 몇 푼의 보상이 필요한 게 아니라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묵동주민의 이 단순하고 소박한 목소리에 답하지 못한다면 행정의 권위와 신뢰는 송두리째 부정될 것입니다. 격무와 낮은 처우도 마다하지 않고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팀장과 팀원이 현장을 뒹구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헤아리지 않는다면 단연코 영암의 미래는 없습니다.”
엊그제 영암군의회 제264회 임시회 본회의 때 방청석에 앉아 숨죽여 들었던 김기천 의원의 ‘5분 발언’ 몇 구절입니다. 특히 김 의원의 발언 마무리 부분에 이르렀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려 저절로 주위를 둘러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영암지역 언론인 여러분, 이 절박한 민심을 대변하여 주십시오. 힘없는 사람들, 평생 이 터전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장삼이사의 스피커가 되어 주십시오. 부정부패, 부조리한 행정을 감시하고 비판해 주십시오. 혹세무민을 바로 잡아주십시오.”
“있는 그대로 쓰자”며 나름 언론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우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일순 자괴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부정부패, 부조리한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비판하지 못한 ‘영암지역 언론’의 범주에서 우리 역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라는 반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자리에 있던 전동평 군수와 실·과·소장들은 어땠을까요? 김 의원이 “놀라우리만큼 친절한 특혜”로 규정했고, 우리는 ‘행정과 정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로 풀이한바 있는 농업회사법인 승언팜스에 대한 묵동리 돈사 허가를 ‘잘못’으로 뼈아프게 받아들였을까요? 일주일 새 ‘상정→불상정→기습상정→보류’ 등등하며 오락가락했다가 결국 부결처리 된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동의안 사태에 대해서는 과연 ‘반성’이라도 했을까요?
우리는 그동안 그 조짐이라도 찾기 위해 애썼지만 허사였습니다. 허가된 돈사 신축 공사를 맡으려는 측근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대신 떠돌았습니다. 민선 7기가 출범한지 1년도 채 안된 지금 3선 도전을 결정했고, 그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행정과 정치의 잘못된 만남’을 증명할 녹취록까지 있다는 소문은 파다했지요. ‘적극적 행정지도’의 정황도 뚜렷합니다. 그럼에도 하다못해 사법당국의 내사 움직임도 없이 기막히게 조용한, 메아리가 사라진 지역사회가 낳은 필연적 결과물은 이렇듯 소름 돋을 만큼 황당무계한지도 모릅니다.
이런 마당에 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희망마저 놓아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서산대사가 짓고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시(詩)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를 떠올려봅니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에도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걷지 말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후인들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영암에선 묘하게도 3선 고지에 오른 군수는 아직 없습니다. 재선까지는 출마자의 능력이지만, 3선 고지는 출마자의 능력만으론 오르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 3선은 같은 선거지만 그 차원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3선은 출마자가 오로지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데 대한 유권자들의 엄정한 평가요, 귀중한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김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귀를 열고 들어라”는 충고나 “상과 훈장, 칭찬에 취해 안주하지 말라”는 경고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다름 아닌 군민들의 허심탄회한 평가에 적극 귀 기울이라는 충고 아니겠습니까? 또 그래야 후일 또다시 3선 고지에 오르려는 출마자에 소중한 길잡이가 될 터입니다.
서산대사의 소중한 경구(警句)는 ‘2019 왕인문화축제’ 때 만취한 상태로 추태를 보인 영암군의원이나,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새내기 조합장들에게도 어울립니다. 당신들이 이제부터 걷는 한걸음 한걸음은 곧 우리의 후배들이 보고 배울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은 마땅히 지도자가 가야할 길입니다. 자주 뒤돌아보고 부끄럽거든 과감하게 직을 던질 각오로 일하십시오. 그래야 영암지역사회에도 점점 메아리가 되살아날 것이고, 살아 숨쉴만한 고장으로 다시 탈바꿈할 것입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