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본예산 심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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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22년 본예산 심의를 마치고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기천 영암군의원(학산미암서호군서) 정의당 전남도당 농어민위원장
한숨부터 나온다. 의정활동 4년 동안 모두 네 번의 본예산과 십여 차례가 넘는 추경예산을 심의하면서 단 한 번도 내 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남의 돈, 국민의 세금으로 세운 예산이니 한 푼 한 푼이 아깝고 소중했다. 정말 꼭 필요한 사업에, 더 어렵고 긴박한 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영암의 미래를 여는 일에 예산이 쓰여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예산심의 기간엔 늘 비장했다. 선심성, 행사성 예산, 주민과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예산, 예산투여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예산, 특정인 특정세력의 로비 예산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일부는 바로 잡았지만 혼자 힘으로 온갖 압력과 공격에 맞서기란 늘 힘에 부쳤다.
우여곡절 끝에 2022년 본예산이 통과되었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과 교육환경개선 예산, 사업효과가 의문시되는 마한 관련 예산, 미암 간척지 공항 용역 예산, 일부 농협 시설개선 예산 등이 막판까지 쟁점이었다. 장고 끝에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8명 의원 전원 발의로 벼값 안정대책비 20억과 소상공인 생계지원비 21억을 증액하는 수정예산을 제출했지만 끝내 집행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말았다. 어떤 이는 의회가 할 만큼 했다고 자위하지만 본예산을 심의하는 내내 깊은 탄식을 거둘 수가 없었다. 민생현장을 바라보는 집행부의 태도가 너무 둔하고 무사안일했기 때문이다. 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필자 역시 긴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마땅하다.
이번 본예산 심의는 어느 때보다 절박했고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지면으로나마 그 고민을 군민들과 공유하고 싶다.
먼저, 내년 본예산은 코로나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투명인간 취급했다. 이번에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10억원을 편성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돌봄노동자를 지원하는 예산은 쏙 뺐다. 재난지원금은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중앙정부도 포기했고 이미 영암군은 전남 22개 시군 중 지급횟수, 지원금액 모두 가장 많다. 재난지원금 절반을 깎아서 취약한 계층에 집중 지원하자고 집행부와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소상공인 코로나 지원 예산은 카드수수료 지원 1억원과 노란우산 공제 지원 4800만원 정도다. 강화된 방역조치까지 떠안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생계를 위해 또다시 고난의 행군에 나서야 할 판이다. 요양시설, 아동시설, 사회복지기관, 선별진료소 등에서 감염병에 맞서 일상을 희생하고 있는 돌봄노동자도 마찬가지 대접을 받았다. 과중한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환경노동자를 위한 지원도 없다. 대신 각종 직능단체의 민원성 예산이 즐비하게 편성되었다.
둘째, 코로나 이후를 대응할 예산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누구도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예측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할만한 능력을 갖추진 못했다. 다만 세상의 도저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미 전국의 많은 지자체와 연구단체에서 활발한 토론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발빠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군의 경우 지역사회 돌봄과 의료체계 재구성, 농업농촌 대응전략, 지역경제 생태계 중심축인 소상공인 회복계획이 주요과제이다. 용역도 발주하고 토론회도 열고 실증사례도 부지런히 발굴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야 영암군의 전혀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믿는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연구용역 예산 한 푼 세우지 않는 무성의를 보며 어느 때가 되어서야 첫 걸음을 떼려고 하는지 갑갑하고 막막했다.
셋째,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시대 2년은 아동 청소년, 위기가정, 독거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한 시련을 안겼다. 영암군은 심리치료와 정서치료에 적합한 모든 환경을 갖췄다. 숲과 호수 같은 대자연, 농업과 문화예술기반, 자원봉사자같은 사람자원까지 모자라지 않는다. 더 이상 참고 견디라고 하지 말라. 사람을 지켜내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지역자원을 활용한 심층적, 입체적 치유사업을 당장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농을 살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전히 대농과 농협, 대규모 유통법인의 길라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대농에만 기대서는 농촌의 해체를 막을 수 없다. 농협만으로는 농업을 살릴 수 없다. 소수 특권층의 배를 더 불리는 예산으로는 몰락하고 있는 농촌을 되살릴 수 없다. 중소농과 청년을 들러리서게 하는 농정으로는 영암의 미래가 없다.
성탄이 눈앞이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다’란 예수의 말씀이 떠오른다. 지금 이 시절 우리가 가야 할 낮은 곳은 어디인지, 우리가 손 내밀어야 할 가장 작은 자는 누구인지 돌아보게 된다.
지금 우리 영암공동체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2021년 12월 19일)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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