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현 영암읍도시재생주민협의체 위원장 영암월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2조 자유(慈幼)는 어린이를 보살핀다는 의미로 여기에서 어린이는 현대 국어에서 통용되는 의미로서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혼자서는 자립할 수 없는 '약한 존재'까지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백성들이 곤궁하면 자식을 낳아도 잘 거두지 못하니, 깨우치고 타일러서 우리 자녀들을 보전케 해야 할 것이다", "거두어 주고 길러주어 백성의 부모 노릇을 해야 한다", "기근이 든 해가 아닌데도 버려진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사람을 구하여 거두어 기르게 하되, 관에서 양식을 보조해야 한다." 6조 구재(救災)는 재난을 당한 백성을 구한다는 의미이다. "수재(水災)와 화재(火災)에 대해서는 나라에 휼전(恤典-나라에서 이재민을 구제하는 특전)이 있으니 오직 정성스럽게 행할 것이다. 수령으로서는 마땅히 항전(恒典-이미 정해진 법) 이외에 별도로 스스로 구휼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무릇 재해와 액운으로 불에 타고 물에 빠진 사태에서 구해내는 일을 내 것이 불타고 내 것이 빠진 듯이 하여 조금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재난이 생길 것을 생각해서 예방하는 것이 재난 당한 후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 "재난을 겪은 다음에는 백성들을 위무(慰撫-위로하고 격려함)하여 다시 편안히 모여 살게 해야 하니, 이 또한 수령의 어진 정사이다."
제5부 이전육조(吏典六條)는 목민관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를 다루고 있으며, (1조 속리(束吏)-아전 단속, 2조 어중(馭衆)-관속들을 통솔함, 3조 용인(用人)-사람 쓰기, 4조 거현(擧賢)-인재 추천, 5조 찰물(察物)-물정을 살핌, 6조 고공(考功)-고과제도)로 구성되었다.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을 하는 '현장의 목민'(牧民-공무원)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그들에 대한 평가를 공정하게 하여 인사고과를 잘 반영하여 공무원들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3조 용인(用人), 4조 거현(擧賢), 그리고 6조 고공(考功)을 살핀다. 3조 용인(用人)은 어떤 자리에 그에 알맞은 사람을 앉히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사람 쓰기에 달려 있다. 군현(郡縣)은 비록 규모가 작지만 사람 쓰는 일은 다르지 않다", "향소(鄕所)는 수령의 보좌인이다. 반드시 고을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을 골라 이 직책을 맡겨야 한다", "참으로 쓸 만한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저 자리를 채울 뿐이니 그런 자에게는 일을 맡기지 말 것이다", "아첨을 잘하는 사람은 충성스럽지 않고, 간(諫)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 이 점을 살피면 실수하는 일이 적다." 4조 거현(擧賢)은 현명한 인재를 천거한다는 의미이다. "인재 추천은 수령의 임무이다. 비록 옛날과 지금의 제도가 다르다 하더라도 인재를 추천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서(經書)에 밝고 행실이 뛰어난 사람이나 행정 능력을 갖춘 사람을 추천하는 데는 나라의 통상적인 법전이 있다. 한 고을의 선한 인물이 묻혀 있게 두어서는 안 된다." 6조 고공(考功)은 조직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인사고과를 의미한다. "아전들의 하는 일도 반드시 그 공적을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권할 수 없다", "국법에 없는 것을 단독으로 시행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공과를 기록해두었다가 연말에 평가하려 상을 주면,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법령의 시행을 충실히 하여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수령의 급선무이다."
제7부 예전육조(禮典六條)는 (1조 제사(祭祀)-제사, 2조 빈객(賓客)-손님 접대, 3조 교민(敎民)-백성을 가르침, 4조 흥학(興學)-교육을 진흥함, 5조 변등(辨等)-신분 구별, 과예(課藝)-과거시험을 위한 공부)로 이뤄져 있다. 우리 군의 당면과제이기도 한 도시권으로 빠져나가는 학령인구를 붙잡고 빠져 나간 인구도 되돌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3조 교민(敎民)과 4조 흥학(興學)을 살펴본다.
3조 교민(敎民)은 "목민의 직분은 백성을 가르치는 일일 뿐이다. 농지를 고르게 배분하는 것도 장차 백성을 가르치기 위함이요, 부세(賦稅)와 요역을 고르게 하는 것도 장차 백성을 가르치기 위함이요, 고을을 설치하고 수령을 두는 것도 장차 백성을 가르치기 위함이요, 형벌을 밝히고 법규를 갖추는 것도 장차 백성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옛사람들의 훌륭한 언행을 권유하여 백성들의 귀와 눈에 익숙해지게 하면 또한 교화를 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르치지 않고 형벌을 주는 것을 일러 망민(罔民-백성을 속여 그물질하듯 잡아들임)이라 한다. 아무리 흉악한 불효자일지라도 일단 가르치고 나서 개전하지 않을 때에 죽일 것이다", "효자 열녀 충신 절사(節士)의 숨은 빛을 들추어내 그 행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 또한 목민관의 직무이다", "과격한 행동이나 편협한 의리를 숭상하고 장려하는 등의 나쁜 풍속은 막아야 그 의리가 정밀한 것이다", "말세의 습속이 아무리 좋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가르쳐서 인도하면 또한 교화될 사람이 있을 것이다." 4조 흥학(興學)은 "8세 이상에게는 모두 「소학(小學)」을 가르치도록 하고 한 달에 두 번씩 관아에 모이게 하여 (조극선 온양군수가) 친히 가르치고 시험하니, 학문을 진흥시키는 효과가 자못 컸다", "배움이란 스승에게 배우는 것이다. 스승이 있어야 배움이 있는 것이니, 학덕이 높은 사람을 초빙하여 스승으로 삼은 다음에야 학규(學規)를 논의할 수 있다", "학교 건물을 수선하고 미름(학교를 의미함)을 잘 관리하고 널리 서적을 비치하는 것도 현명한 수령이 마음을 써야 할 바이다", "단아하고 품행이 방정한 사람을 향교의 장으로 뽑아서 모범으로 삼고 예로써 대우하여 염치를 차리도록 해야 한다", "9월에 양로(養老)의 예를 행하여 노인을 노인으로 대접하는 도리를 가르치고, 10월에 향음(鄕飮)의 예를 행하여 어른을 어른으로 대하는 도리를 가르치며, 2월에는 향고(饗孤)의 예를 행하여 외로운 사람을 돌보는 도리를 가르쳐야 한다."
이상으로 다산이 바라던 목민관의 자세를 다룬 목민심서 12부 72조 중 지방자치라는 현 우리의 현실에도 잘 부합(符合)할 수 있는 4개부 7개조를 살펴보았다. 2부 율기육조(律己六條)는 목민관 자신이 스스로 살펴야 할 사항에 대한 기록이다. 목민관 자신의 마음을 올바르게 하고,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을 다스리는 내용이다. 4부 애민육조(愛民六條)는 백성을 돌봄에 있어 자신의 가족을 돌보듯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5부 이전육조(吏典六條)는 수령으로서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 일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목민관(공무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7부 예전육조(禮典六條)는 제사와 손님을 대접하는 예법에 관한 내용인데, 백성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예(禮)는 유교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로 해석하고 있는데, 다산은 백성을 가르치는 일을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인 예(禮)로 본 것이다.
한 해가 또 저물어가고, 민선 8기도 2년차에 접어든 지 몇 개월이 지났다. 민선 8기의 공과를 따질 시기는 아직은 아니지만, 내년이면 지난 공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지역 인사들이 하나 둘 나올 것이다. 군민 모두를 만족시킬 행정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특권 소수보다는 일반 다수가 더 만족할 수 있고, 목소리 큰 조직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가려진 그늘진 곳을 더 살필 수 있고, 가진 자보다는 가지지 못한 자에게 햇볕이 들게 할 수 있는 정책은 목민관의 의지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다산이 산골 ‘초당’에서 후대의 목민관을 위해 기록해둔 「목민심서」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목민행서>로 이용하여 백성을 우선으로 모시는 행정을 펼쳐나간다면,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정주하고 싶은 젊은 영암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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