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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읍 서남리 137번지 일대의 영암경찰서 부지는 인근에 달맞이공원, 영암읍 매일시장, 영암종합운동장 등이 있어 영암읍민들의 밀접 생활권이며, 문화재인 영암읍성과 인접해 있어 읍성 복원의 중심지가 되어야 하는 큰 의미를 지닌 장소다.
영암군은 이에 영암경찰청사 이전으로 공실이 되는 부지를 활용해 지역의 역사를 알리고, 인근 달맞이공원과 연계해 주민 편의성 증진 및 방문객 유치 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실시설계 전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열린 ‘영암경찰서 부지 활용방안 토론회’는 영암군 총괄 건축가이자 현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이영범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김희태 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류재한 (사)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 회장, 배현미 목포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조정현 영암성대첩기념사업회 연구위원, 전고필 영암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6명이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주민 50여명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현 청사를 존치하면서 리모델링할 것인지, 건물 철거 후 신축할 것인지였다. 영암경찰서는 1986년 조성된 건물로 40여년 전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노후도가 낮아 구조물의 안전에는 문제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 청사를 유지하고 새로운 역사문화 콘텐츠만 집어넣을 것인지 또는 건물 철거 후 다양한 시설로 연출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여한 분야별 전문가들은 부분 철거에 대한 의견도 있었으나, 기존 청사를 존치해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배현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경찰서는 1945년 지어진 종로경찰서지만 80년대 이전을 했기 때문에 경찰서 터를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는 곳은 영암경찰서다. 이런 의미를 반영한다면 건물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이어 “영암경찰서 부지는 조선시대에는 감옥터였고, 해방 이후에는 경찰서로 쓰였다. 즉, 세대를 거쳐 이 공간은 지역의 치안을 지키는 장소였기에 안전교육체험관 등 치안 관련 공간으로 쓰였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태 위원은 “초청받았을 때 영암경찰서 부지 활용 토론회라고 해서 당연히 철거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혼돈을 줄 수 있으니 용어를 영암경찰서 공간 활용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전제하면서, “건물 철거보다는 존치해 역사문화관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위원은 이어 “영암경찰서 부지가 영암성 복원 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이지만, 영암성대첩에 국한된 내용이 아닌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게 ‘영암역사관’ 등 포괄적인 명칭을 사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류재한 회장은 “홍콩에는 1800년대 지어진 경찰서, 교도소 등의 건물을 유지하며 각종 전시회나 공연이 열리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개장한 ‘타이쿤’이라는 곳이 있다”고 소개하며, “영암경찰서도 영암의 흔적을 보존하고 영암다움의 차별화의 색을 입혀 공간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이처럼 경찰서 부지와 건물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현 청사 건물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반면 영암군이 진행하고 있는 ‘영암경찰서 부지 활용방안 계획수립 용역’에 따라 군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리모델링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37%에 불과했고, ‘철거 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63%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리모델링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의 이유는 건물의 역사성을 강조할 수 있고,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점이 꼽혔다. 또 ‘철거 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의 이유는 색다른 공간을 창출할 수 있고 다양한 시설을 도입할 수 있는 점이 꼽혔다.
군민들의 영암경찰서 이전에 대한 인지도는 75%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경찰서 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대다수인 9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또 ‘영암경찰서 부지 활용 방향’에 대해서는 ▲문화재 복원 19%, ▲신규 문화공간 18%, ▲주민복지시설 17%, ▲녹지공간 13%, ▲생활편의시설 11%, ▲역사 유물 전시와 ▲다목적 광장 활용 등이 각각 9% 순으로 조사됐다.
‘영암경찰서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되어야 할 시설’에 대해서는 ▲지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주민지원공간, 참여공간, 마을카페, 커뮤니티공간 등)이 27%로 많은 응답을 보였고, ▲영암 고유 자원을 활용한 역사문화전시공간(영암읍성 유물전시관, 영암향토문화관 등)이 21%로 그 뒤를 이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이색놀이공간(예술놀이터, 실내모래놀이, 클라이밍, 점핑파크 등)은 20%,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업시설공간(창업지원공간, 공유오피스, 회의실, 상점, 식당 등)은 17%, ▲경찰서 부지의 특징과 공공성을 살린 문화체험공간(교통.경찰체험, 안전교육관, 도서관 등) 15%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영암경찰청사 존치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 입장과 설문조사 결과가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암군은 추가적인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영암경찰서 이전 신축 공사는 전남경찰청과 기획재정부의 국.공유재산 교환 협의가 이뤄져야 가능한데 올해 안에 협의가 이뤄질지도 미정”이라면서, “청사 설계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며 협의가 끝나 설계 후 공사에 들어간다면 완공 이후 이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 청사는 짧게 잡아도 2~3년 후에야 다른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 이번 설문조사와 토론회에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추가토론회나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암경찰서 이전 신축사업은 <영암군민신문>이 지난 2022년 4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제로 선정, 현 위치에 신축하기로 된 영암경찰서의 이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기획 보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023년 영암경찰서 이전 신축 추진단이 구성되고, 영암군이 제공하는 군유지와 국유지인 현 영암경찰서 부지를 맞교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그 결과 이날 영암경찰서 이전부지 활용 토론회까지 개최되면서 군민들 사이에서는 공사가 곧 착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이나, 실상은 2023년 이후 사업에 큰 진척이 없는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청사 이전을 최종 결정할 기획재정부와 전남경찰청 사이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23년 이후 전남경찰청에서 현장점검 한 번 나온 것이 전부일 뿐 이후 신축 관련 어떠한 얘기도 나온 적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암경찰서 내부에서는 새로운 청사 준공이 오는 203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