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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RE100과 재생에너지란 단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 이제는 일상언어가 된 듯하다. 모든 면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관심도 두지 않아 세계의 중심에서 급격히 멀어지고 있던 대한민국의 위상과 비슷하게 RE100은 우리나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점에 지구의 미래에 대한 가장 강력한 화두인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큰 관심 사항은 RE100이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며, 번역하면 재생에너지 100%이다. RE100은 영국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출범한 것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 그리고 2050년까지 100%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 전 세계 500대 기업을 포함해서 연간 100GWh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대상이며, '25년 8월 말 기준으로 RE100 선언기업은 구글, 애플, 인텔 등 444개이며, 우리나라도 SK, 삼성, LG, 현대, 롯데, 네이버, 카카오 등 3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RE100은 비영리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캠페인이지만, 참여하려면 운영기구의 승인과 실적 검증을 받아야 하므로 우리나라도 국내 여건에 맞춰 설계된 한국형 RE100 제도인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제도’가 있어 여기서 발급받은 확인서로 글로벌 RE100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전기 소비자(기업)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그 실적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기업이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자가발전을 하고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확인서를 발급받는 방법이 있다, 둘째, 기업이 장기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기업이 기존 전력요금 외에 추가 요금인 녹색 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하고,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생산·공급하고 받은 인증서를 기업이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영암군은 RE100을 이용한 기업유치를 위해 위와 같은 방법 중 영암군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RE100]
기후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도와 날씨의 패턴이 바뀜을 의미한다. 태양의 활동 변화 또는 대형 화산의 분출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자연적 현상도 있지만, 1800년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류의 활동이 주요한 요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초래하여 현재 지표면의 온도는 산업혁명 시기인 1800년대보다 1.2℃ 상승하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1.5℃ 상승까지가 인류에게 있어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피할 수 있고,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지속한다면, 현 세기말(2100년)에는 3.1℃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지구는 인류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에 RE100은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 그 자체이다.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로벌 기업은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원을 찾고 있는데,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생산 최적지로 여겨지는 영암을 포함한 서남권역은 글로벌 기업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다.
[RE100 산업단지]
RE100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그 기업들이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원료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게 되어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은 필수이다. 현 이재명 정부는 국내 공급망 기업들이 RE100에 대응하도록 방안을 구상하며 RE100 산업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RE100 산업단지는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풍부하게 생산하는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입주 기업에 저렴하게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특혜를 주어 RE100을 실현하는 구조이다. 이는 기업의 RE100 대응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을 일치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
RE100 산업단지 지정을 위해 이재명 정부는 ‘RE100 산업단지 범정부 TF’를 구성하여 지난 7월 16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격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TF는 산단을 신속하게 조성할 방안을 뒷받침할 특별법 제정을 연내에 마무리할 목표를 우선하고 있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8월 22일 ‘탄소중립 녹색성장 글로벌 협력 콘퍼런스’에서 “대한민국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어서 탄소 중립과 경제성장을 함께 달성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고 RE100 전용 산업단지를 신속히 조성하려 합니다.”라고 RE100 산업단지에 대해 강조하였다.
[영암군이 해야 할 일]
이재명 정부는 RE100 산단에 대해 발표를 할 때면 늘 ‘권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어떤 특정 지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서남권’ 또는 ‘권역’이라는 표현으로 발표하였다. 최근 특정 지자체와 관계자 등이 산단 유치를 확정한 듯 SNS 등에 홍보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본 바에 의하면, 특정 지자체가 아니라 서남권역을 묶어서 RE100 산단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 권역을 어떻게 묶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계별로 진행할 일이겠지만, 우리 영암군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암군은 대불국가산업단지를 가지고 있다. 이 산업단지를 RE100 산단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중요한데, 영암군은 영암호의 수상 태양광과 간척지, 그리고 기업도시 삼포지구 등에 태양광과 풍력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 인근 지역에 바이오 수소 생산시설 30기를 설치하면 대불산단 기업 등 대규모 전력 소비처와 즉시 연계 가능하여 RE100은 이른 시일 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는 산단을 조성하고,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보하는 등 복합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 산재하여 RE100 실현단계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비해 영암군은 이미 대불산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단 내 유휴부지, 지붕, 주차장 등을 활용한 태양광 설치와 효율적인 전력 공급·소비를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을 통해 에너지 자급자족을 추진하는 RE100 산업단지로 전환할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는 준비된 지역이다.
더구나 대불산단에는 건조 물량의 전량을 수출하는 ‘현대삼호조선’이 있어 RE100은 필수이다. 그리고 지난 7월 말에 있었던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은 “AI(인공지능) 데이터 전환으로 조선산업 등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AI 데이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수주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AI 시대를 위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는데, 늘어날 수주량과 AI 데이터 전환은 많은 전력이 필요한 일이므로 넓은 땅 영암에서 만들어질 재생에너지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정부에서 부가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RE100 산단을 위한 주거지역으로 에너지 신도시 조성이 있다. 영암군은 이미 나불도를 중심으로 한 대한외국인 행복도시가 지역공약으로 채택되어 주거·교육·상업·의료 복합도시조성이 예정되어 있다. 이곳에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풍부한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현 정부가 원하는 지산지소형(地産地消形) 미래지향적 ‘RE100 혁신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RE100은 영암군 미래의 먹거리이다. 영암군은 농업군(郡)에서 대불산단이 들어오며 기업을 가진 군이 되었지만, 전 군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수혜는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RE100 사업으로 에너지 기본소득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전 군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군민 보편복지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영암군민으로서 자부심과 자존감은 크게 상승하게 되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대불산단이라는 국가산단을 가지고 있는 준비된 영암이 서남권 RE100 산단의 허브가 될 날을 기대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