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영암-순천 고속도로 영암 나들목(IC) 개설문제가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태로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군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고, 의회는 단 한차례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관계당국과 간담회를 가졌을 뿐이다.
더구나 의회는 간담회 때 관계당국으로부터 학산IC를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받아놓고도 집행부인 군과 긴밀하게 협의하거나 임시회를 열어 대책을 촉구하는 등 당연히 해야할 노력을 방기(放棄)했다. 그러는 사이 오히려 한국도로공사 목포광양건설사업단이 영암IC 개설요구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검토했고, 그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7만 군민 서명운동’이 한창인 영암IC 개설은 좌절 일보직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두 손 놓은 영암군
영암IC 개설문제와 관련해 올 들어 군이 한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박영수 건설방재과장이 지난 18일 의회에서 밝힌 것처럼 “IC 설치에 따른 군의회, 관내 사회단체 등의 건의여론과 부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모색해 부군수까지 결재를 받았고 군수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그 전부다.
박 과장은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토해양부 등에 건의서를 내는 일”이라고 답했다. 영암IC 개설을 촉구하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4개월 동안이나 이어지고, 최근 들어서는 ‘7만 군민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마당에 군은 영암IC 개설을 건의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군수의 ‘뜻’을 살피고 있었다는 얘기다.
군이 영암IC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흔적은 의회에 밝힌 추진상황 보고에도 남아있다.
박 과장은 2002년 영암군 민간사회단체연합회 등의 건의와 서명운동, 영암영업소 업-다운(Up-Down)램프 설치를 위한 군과 도공 사이의 업무협약 등 그동안의 경과와 실시설계 및 문화재발굴용역, 공사시행계획 등 군 예산서에 이미 명시된 내용만을 나열했을 뿐이다. 박 과장은 더구나 지금은 군과 도공 사이의 업무협약에 따른 행정 공신력 이행차원에서 업-다운램프 설치사업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당연히 의회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연일 의원은 “군의 앞으로 추진계획은 전혀 고민한 흔적이 없다. 모두 예산서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업무협약 때문에 군은 영암IC 개설을 추진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특히 “영암IC 개설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체결했던 업무협약 당시 4방향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진출입로 개설요구를 했어야 옳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영암IC 개설에 대해 군이 보여준 태도에서는 특정한 사업이 지역에 반드시 필요하고, 군민들이 강력히 원하더라도 최고 책임자의 ‘뜻’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전형적인 모습까지 느껴진다.
■후속조치 放棄한 군의회
의회 역시 책임이 크다.
의회는 지난 3월8일 국회에서 민주당 유선호 국회의원(장흥·강진·영암)과 함께 국토해양부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목포-광양 고속도로라는 명칭이 영암-순천 고속도로로 바뀌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확인됐고, 심지어 군민들의 영암IC 개설요구에 대해 관계당국의 태도가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 간담회였다.
실제로 김영봉 의원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회에서 “당시 도로공사는 현재의 영암영업소에 설치될 업-다운 램프를 보완해 광양방면 유출입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자연스럽게 제시될 정도로 희망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집행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고 지적했지만 그 책임은 의회가 더 커 보인다. 간담회에서 제기된 여러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를 위한 임시회 개최 등을 의회 스스로 방기(放棄)해버렸기 때문이다.
의회는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2월에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활동을 이유로 군정업무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하며 임시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3월에는 특별한 안건이 없다는 이유로 역시 임시회를 공회전 시켰다. 적어도 간담회 개최 뒤 곧바로 임시회를 개최했더라면 그 후속조치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향후 전망은?
암울하다.
영암지역의 특성이나 군민들의 이용 편리함, 경제적 부담의 경감 등 직접적인 혜택은 전혀 도외시한 한국도로공사의 보고서대로라면 영암IC 개설은 이미 물 건너 간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로공사의 보고서는 영암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관광개발전략 등은 전혀 고려대상으로도 삼지 않아 이대로 영암IC 개설이 물거품이 될 경우 그 파장은 두고두고 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군은 고속도로 개통 후 곧바로 도로공사와 표지판 표기문제부터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이를테면 강진의 성전IC에 표기될 ‘월출산국립공원’은 자칫 영암이 아닌 ‘강진의 월출산’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군은 고속도로 개통 후 5년마다 시설물 확충을 재검토할 때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는 ‘배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다.
지금이라도 군이 앞장서고 의회가 사회단체들을 아우르며 뒤에서 미는 형국이 되어야 하겠지만 기대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어쩌면 영암군민들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일 영암IC 개설은 점점 더 불가능해 보인다. 내년 4월 열릴 영암-순천 고속도로 개통식은 군민들에게 ‘남의 일’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
2026.01.0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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