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시기상조·공감대 형성 없다”…‘이상한’ 결사반대
영암군의회가 27일 9일간의 회기로 임시회를 열고 의정활동에 돌입한 가운데 ‘영암군의회 회의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의 처리에 군민들의 이목이 집중됐으나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채 부결, 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 개정규칙안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의장 및 부의장 선출방식을 바꾸자는 것이 주내용으로, 군민들의 열망과는 달리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개정규칙안의 취지와 처리상황을 살펴본다. <편집자註>
■ 개정규칙안 주요내용
영암군의회 회의규칙 개정안은 의장선출방식을 현행 교황선출방식에서 후보등록 후 정견발표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의장·부의장 선거에서의 후보자 등록’ 규정을 신설해 ▲의장 또는 부의장이 되고자 하는 의원은 해당 선거일 5일 전일의 공무원 근무시간까지 의회사무국에 후보자 등록을 하도록 하고 ▲후보자 등록을 한 의원에 한하여 해당 선거에 피선거권을 가지며 선거 당일 본회의장에서 10분 이내에 정견발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의장 또는 부의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의원이 다른 직(부의장, 상임위원장 및 특별위원회 위원장 포함)을 가진 경우에는 선거일 5일 전까지 그 직을 사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회의규칙 개정안은 당연히 영암군의회 위원회 조례도 개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상임위원장은 당해 상임위원 가운데 의장선거의 예에 준해 본회의에서 선거하고 있지만 회의규칙 개정에 따라 ▲상임위원장은 소속 상임위원 중 의장선거에 준해 같은 날 본회의에서 선거하고 ▲상임위원장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선거 2일 전까지 후보자 등록을 하게 한 것이다.
■ 개정규칙안 왜 나왔나?
전·후반기로 나누어 선출하고 있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이른바 의회내 감투싸움을 막고, 특히 의장과 부의장 선거를 지방의회의 ‘주인’인 군민들이 알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행 의장선출방식은 이른바 교황선출방식이다. 별다른 입후보절차 없이 의원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감투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진원지였다. 심지어 사법처리까지 부르는 원인이 되어왔다. 비공식적 접촉을 통한 의사전달과 개별적 비밀 선거운동이 이뤄지다보니 갖가지 폐단이 필연적으로 야기되어온 것을 이제는 바꿔보자는 것이다.
물론 선거제도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금권정치, 밀실정치가 사라지고 의회운영과 의원자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후보등록제로 바꿈으로써 의장과 부의장이 누가 될 것인지 미리 군민들에게 알리는 등의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 볼 때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는 것이 각계의 평가다.
의장단 출마를 공론화해 소신 있게 출마의사를 밝히고, 후보자 등록과 정견을 발표함으로써 의장선거와 원구성 과정에서 의원들로 하여금 검증과 선택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후보등록방식의 의장단 선출은 전남지역에서는 전남도의회와 목포시, 여수시, 장성군 등이 도입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 상임위 부결경과와 전망
하지만 규칙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영봉 의원)에서 표결까지 가는 격론 끝에 아쉽게 부결됐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보라미 의원과 이에 동의한 김철호 의원 등 2명이 찬성한 반면 김영봉 위원장과 김연일 부의장, 유영란·김점중 의원 등 4명이 반대한 것(유호진 의원은 불참).
반대 의원들은 그 이유로 ▲(현행 방식으로도)잘되고 있는데 뭣때문에 바꾸느냐는 것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곳이 전남에선 아직 4곳뿐이라는 점, 그리고 ▲공감대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이유들’이다.
하지만 이보라미 의원은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개회 전인 25일 의원간담회에 안건을 내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했으나 의장이 묵살했다”고 반박하면서 “의원이 안건을 발의했으면 어느 조항이 어떤 이유로 문제가 있는지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철호 의원도 “항상 혼란과 잡음이 내재된 의장단 선출방식을 바꿔 불행한 일을 미연에 차단하자는 좋은 의도가 아무렇지 않게 폄훼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회 안팎에서는 의장단은 의장단대로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고, 호시탐탐 하반기 의장단 구성을 꿈꾸는 의원들은 그들대로 셈법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그야말로 ‘동상이몽’인 상태여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문제를 그리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내년 7월 의장단 선거가 감투싸움으로 번질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 다시 재론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편집국장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