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발족식이 열린 날 영암여중·고 측이 들고 나온 입장문은 추진위 발족의 취지조차 무색케 한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사립 영암여고가 공립 영암고를 흡수해 ‘통합 사립 영암고’를 만드는 방안 외에는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서다. 또 통합에는 현재의 영암여중·고 부지는 물론, 심지어는 ‘보은(報恩)’이라는 동아학원의 건학이념, 더 나아가 사립학교의 정체성도 건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들어 있다. ‘영암여고가 지역의 명문고이니 그 맥을 이어야 하며, 영암여고의 학교 운영체제가 이미 검증되었으니 이를 계승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입장도 제시했다. 이런 식의 전제조건이 내걸리면 통합논의는 불필요하다. 논의할 것도 없이 영암고를 흡수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추진위 발대식은 우승희 군수가 전남도교육감 주제 간담회에서 통합방안으로 ‘영암형 공공형 사립고’ 모델을 제시해 긍정적 반응을 얻은 뒤 연 첫 회의였다.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자리였으나 영암여중·고 측이 강력 반대하자 우 군수는 논의도 해보지도 못하고 자신의 구상을 백지화했다. 영암군은 아예 추진위 발족 사실에 대해 어떤 홍보자료나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통합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보다 추진위 발족 정도로 상황을 매듭짓겠다는 의도 아닌지 궁금하다. 특히 영암여중·고 측이 이날 회의를 ‘영암군의 일방적 통합논의를 위한 발대식’이라고 폄훼하고, 자신들과의 전향적 합의의 결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상식이하다. 이 때문에 강한 추동력을 가져야 할 추진위가 반감과 거부감 속에 태동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영암군과 영암여중·고 측은 통합 논의를 어디로 이끌 심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통합논의마저 무산되면 아마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다.
2025.10.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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