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참이다. 한입 베어 문 배는 ‘아삭아삭’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숨통이 트였다. 단물이 뚝뚝 흐르는 얼음같은…. 이건 분명 배다. 그러나 범상치 않은 배맛이다. 한 여름에 배라니?
이곳은 도포면 구학리 이기열(60) 한방배 농원. 저장기술 마저도 타 농가 따라올 수 없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햇배 출하시기가 임박했는데도 지난해 생산한 배가 저장고에서 맛과 빛깔을 잃지않고 싱싱하게 살아있다.
영암의 명품배 ‘이기열 한방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당도 높고, 맛 좋고, 빛깔 좋고, 재배, 수확, 선별, 포장, 저장 모두 세심한 손길과 정성이 가득 담긴 배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해 자신의 이름에 명예를 걸고 신뢰와 자부심, 자신감으로 명품배를 생산하고 있다.
나주배 자존심을 꺾었다
먼저 그간 성적표를 살펴보자. 2003년 KBS-TV 기획특집 ‘나주배 보고서’ 방영중 서울청과 배 부문 경매인 선호도 1위, 서울청과 배 부문 최고가 낙찰 장면에서 화면을 가득 채운 배는 영암의 ‘이기열 한방배’였다.
2006년 전국농산물 품평회에서 ‘최우수 배’, 2008년 신세계백화점 선정 배 부문 명인, 2005년 신세계백화점 당도 측정 결과 15.9 브릭스 등 화려한 경력이 이기열 한방배의 유명세와 브랜드 가치를 말해준다.
이기열 한방배는 특히 그간 경매시장과 백화점 납품 성적에서 나주배의 자존심을 꺾었다. 영암땅에서 영암사람이 재배하는 배 이기에 자존심 상한 나주 배 재배농가들로부터 왕따와 시기를 당하기도 했다.
유기농에 가까운 친환경재배로 일반농가보다 20일가량 일찍 출하, 하우스배 출하시기를 앞지르며 수취값을 높이는 것도 이기열 한방배의 경쟁력이다.
‘이기열’ 이름 자체가 브랜드
평균 당도 13 브릭스. 일반배보다 2도가량 높아 당연히 수취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다.
“최고의 당도가 아니면 출하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씨의 말에서 자부심도 읽을 수 있다.
계피, 당귀, 감초 추출액을 가미한 발효액비를 사용해 재배한 ‘이기열 한방배’는 이기열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이 대표 자신의 명예가 담겨있는 배이기에 재배에서 유통, 판매까지 깔끔한 시스템을 자랑한다.
이씨는 선별과정 하나 하나, 포장 하나 하나에 세심한 정성을 담아 출하한다. 자신의 이름과 명예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1차로 기계선별을 거쳐 2·3차는 손으로 선별한 후 이물질은 깨끗이 닦아낸다. 이렇게 생산된 배는 ‘이기열 한방배’ 브랜드를 달고 서울 가락시장과 백화점 등에 납품해 최고 명품 대접을 받는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납품하고 있는 이기열한방배는 고객은 물론 깐깐한 바이어들까지 감동시키고 있다.
발효액비 제조는 숨은 노하우
신고배 1만평의 농원, 22년째 배 과수 재배. 그동안 최고품질의 명품배를 생산하기까지 쌓아온 기술력에 기자의 입이 벌어진다.
미꾸라지를 발효시키 생선아미노산 발효액비와 다시마·막걸리·광물질·감초·계피·당귀 등을 섞어 만든 한방액비 제조와 시비는 타 농가가 흉내낼 수 없는 노하우다.
한방액비야 말로 배의 당도와 저장성을 높이고 조기 출하의 비결이다.
또한 착색봉지 대신 인쇄지로 만든 봉지를 씌워 당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착색봉지는 외관은 좋게 해 주지만 당도 증진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배의 높은 저장성은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저장고에 들어간 배가 뽀얗게 살이 오른 채, 방금 수확한 배처럼 빛깔과 당도를 보이고 있다.
한방배즙으로 부가가치 높여
‘이기열 한방배즙’ 또한 맛과 품질면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2~3등급이 아닌 1등급 배를 과감하게 배즙으로 가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 도라지를 혼합해 향긋한 도라지향이 나는 배즙맛도 일품이다.
대도시 고객과 영암 기찬장터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씨는 “농부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품질을 인정받을 때 가장 기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재배기술을 더욱 연구 개발해 품질면에서 ‘최고’임을 인정받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061)472-2325, 011-638-3388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