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향교(전교 최금렬)가 오는 9월 10일 공기(孔紀) 2575년 추기 석전제(釋奠祭)를 앞두고 바야흐로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석전제 봉행은 국격과 교권이 추락하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유학(儒學) 전통을 올바로 계승 발전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유학의 올바른 전승에 매진하는 산 현장이자 추기 석전제 준비가 한창인 영암향교를 찾아 그 면면을 수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註>
석전은 원래 전통사회에서 산천이나 묘사에 올리던 제사, 또는 학교에서 선성선사(先聖先師)를 추모하기 위해 지내던 유교 의례를 통칭하였다. 중국 상대(上代)에서는 이미 산천·묘사에서 석전을 올렸으며(周禮), 출정하여 죄 있는 자를 잡아오면 학교에서 석전을 베풀어 선사에게 아뢰기도 하였다(禮記). 그러다 시대를 거치면서 학교의 의식만으로 굳어졌는데, 이는 석전(釋奠)의 의미대로 오늘날 제물만 올릴 따름이지 시동(尸童)을 맞이하는 등의 제사 절차를 갖추지 않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태학(太學) 설립 이후부터 봉행되어 왔을 것으로 추측되나 확실한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균관이나 향교의 의식으로 정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성균관과 각 향교(남한 231개소)에서는 해마다 봄(음력 2월)과 가을(음력 8월)의 상정일(上丁日)에 석전을 봉행하고 있다.
영암향교 석전제 배향인물 및 제관 천정
영암향교도 매년 춘기와 추기 석전제에서 5聖(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과 송조2賢(정호, 주희), 우리나라 18賢(설총, 최치원, 안향,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 등 총 25위(位)를 기리고 있다.
이번 추기 석전제에서도 이분들을 잘 모시기 위해 무엇보다 제관들을 선정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차적으로 향교 원로와 명륜회 임원회의에 천거·천정하여 지난 8월 13일 유림대회에서 망정(望定)하고, 망장(望狀)을 제관들에게 보냈다. 제관들의 역할은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동·서 분헌관, 집례, 대축, 진설, 봉향, 봉로, 사준, 봉작, 전작, 격고, 알자, 찬인, 묘사 등으로 분정(分定)된다.
헌관 및 집사의 명칭과 임무
* 初獻官(초헌관):5성(聖)께 분향과 강신을 행하고 첫 잔을 올리는 수석 제관.
* 亞獻官(아헌관):5성(聖)께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
* 終獻官(종헌관):5성(聖)께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
* 東·西從獻官(동·서종헌관) : 동무(東廡), 서무(西廡) 종향위 전에 분향, 잔을 올리는 제관.
* 執禮(당상집례):당상에서 홀기(笏記)를 읽어 진행을 담당하는 제관.
* 大祝(대축):축문을 읽는 제관.
* 陳設(진설):제사에 제수를 준비하고 제상을 차리는 일을 맡은 제관,
* 奉香(봉향):향(香)을 받드는 집사.
* 奉爐(봉로):향로를 받드는 집사.
* 司罇(사준):준소(樽所, 술통을 놓아두는 곳)에서 술을 잔에 따르는 집사.
* 奉爵(봉작):준소에서 사준이 따른 술잔을 받아 헌관에게 건네주는 집사.
* 奠爵(전작):헌관에게서 술잔을 받아 신위 앞에 올리는 집사.
* 謁者(알자):(초)헌관을 안내하는 집사.
* 贊引(찬인):제 집사, 제생, 대축 등을 안내하는 집사.
* 廟司(묘사) : 의례를 주관하여 준비하고 제례 행사를 주관하는 제관(都祭官).
* 諸生(제생) : 의례에 참석한 모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