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문제는 ‘법적 不備’…보완 입법 등 대책 절실
도포면 성산리에 들어설 예정인 건설폐기물중간처리장에 대해 인근 지역민들이 결사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업체 측은 군으로부터 사업(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계획 적정통보를 받아 요건을 구비해 허가신청 하겠다는 입장이고, 군 역시 현행법상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큰 마찰이 우려된다.
■ 건설폐기물처리장 진행상황
문제가 된 건설폐기물중간처리장은 등대환경산업(대표 정해민)이 도포면 성산리 174-4번지 옛 성모방직 공장부지 7천445㎡(2천252평)에 건설하기 위해 지난해 12월9일 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영업대상 폐기물은 폐콘크리트, 폐아스콘, 폐벽돌, 폐블럭, 폐기와, 폐토석 등으로 이를 파쇄 선별해 재생골재로 사용하게 된다.
군은 이 사업계획서에 대해 적정여부를 검토한 끝에 지난해 12월28일 등대환경산업에 ‘적정’통보를 해준 상태로, 이에 따라 등대환경산업은 허가요건을 구비해 조만간 허가신청을 군에 낼 계획이다. 허가신청서 제출기한은 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받은 날부터 2년 이내다.
■ 주민들 왜 반대하나?
이에 대해 주민들은 ‘건설폐기물처리장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결사저지에 나섰다.
비대위가 낸 자료에 따르면 “가동이 중단된 성모방직공장에 대해 지난해 재가동 운운하며 주민들을 설득해 좋은 의도라고 생각해 도장을 찍어줬으나 실상은 건축폐기물처리장을 할 의도였다”면서 “주민 건강과 환경 생태계가 달린 문제라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비대위는 또 “군이 민원의 소지가 없어 1차 사업승인을 내줬다고 밝히고 있으나 처리장과 인근 마을 및 학교는 거의 1km 반경 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오리사의 경우 민가로부터 700m떨어져야 허가를 내주면서 왜 건설폐기물처리업자에게는 관대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어 “부지의 지목이 공장용지여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A씨가 작성한 주민동의서는 옛 성모방직공장을 재가동한다고 꼬드겨 작성된 것으로 명백한 공문서 위조”라고 주장했다.
■ 군의 입장은?
이미 사업계획서에 대한 적정통보를 해준 군은 주민들의 주장과는 달리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은 거리제한을 둬야 하거나 주민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나 주민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하면 소각로 1일 처리능력 100톤 이상, 매립시설 및 공공하수처리시설 등을 설치할 경우 영향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어 이 역시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폐기물처리업 허가지침에는 “단순히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반대 등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반려 또는 부적정 통보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적정통보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군은 또 “생활소음의 경우 공사장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300m내에 주택, 휴양시설 등이 없는 경우 해당되지 않으며, 분진의 경우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 및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면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을 허가함에 있어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상 허가를 내주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 해결책 없나?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주민들의 주장은 비록 법적 타당성은 없다고 할지라도 군이나 업체가 심사숙고해야할 당위성은 있다. 유치원으로부터 800m, 아파트단지로부터 1km남짓한 곳에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부수고 선별하는 공장이 들어서는데 이를 가만히 앉아 지켜볼 주민들은 없다. 생활권 침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폐기물처리장이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나 행정 절차적으로 강제규정은 없지만 업체와 주민대표, 군 등 3자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관련법의 정비다. 주민들 주장대로 오리사의 경우 민가로부터 700m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의 경우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것은 법적 불비(不備)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원처리를 맡은 군 관계자가 “단 한 명의 업자보다 주민 100명이 훨씬 소중하다. 주민들 뜻에 따라 허가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 가운데 김제시나 남양주시, 해남군 몇몇 시군구의 경우 이런 법적 불비를 규칙이나 훈령 또는 예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법의 불비를 하위법, 그것도 훈령 또는 예규를 통해 완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주민들의 생활권과 밀접한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에 대해서도 그 설립요건을 철저히 규정하는 법적 보완이 사태 재발을 막는 길로 여겨진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