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退溪)와 고봉(高峰), 편지로 논(論)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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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退溪)와 고봉(高峰), 편지로 논(論)하다.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

세계 철학사에 유례가 없는, 조선 조 명종 연간 16세기에 장장 8년 동안 경상도의 퇴계 이황과, 전라도의 고봉 기대승 간에 학문적 논쟁이 편지로 이루어졌는데 이른바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이다.
사단칠정론이 무엇인가를 알려면 이기론(理氣論)과 사단칠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는 상당한 유학적 소양과 학문적 지식을 요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그 개념만 알아보기로 한다.
공맹의 가르침으로 대변되는 원시유학에 있어서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강조하여, 인간의 주관적, 윤리적 측면에서 현실문제의 해결을 모색하여 인간의 도리와 덕치주의를 강조하였다. 이는 원시 유학이 인간의 심성에 관한 철학적 인식에는 소홀하였다는 점을 말한다. 그런데 송(宋)대의 주자(朱子)에 이르러, 사회 정치 원리의 기초로 인간의 심성을 중시하여 이를 철학적 이론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주자는 우주론에 있어서 이기론(理氣論)을 주장 하였는데 이(理)는 만물생성의 불변의 원리로 현상인 기에 질서를 주는 형이상의 존재요, 기(氣)는 가변적인 변화요인으로 이의 주재를 받아 생멸하는 형이하의 존재라 하였다.
또 주자는 심성론(心性論)으로 성리설(性理說),즉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하여 심(心)이 발하지 않는 상태가 성(性)으로서 도덕적 본성인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으로 나뉘고 미발된 성에 이(理)가 갖추어 있어 성이 곧 이라는 것이다. 본연지성(本然之性)은 맹자의 공손축장(公孫丑章)의 심성론에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인데 여기서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단(四端)의 도덕적 감정이 나오며,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인,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칠정(七情)으로 일반적 감정이 나온다는 것이다.
퇴계와 고봉의 논쟁은 사단칠정론변(四端七情辯論)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발단은 추만(秋巒) 정 지운이 지은 천명도설(天命圖設)이었다. 추만은 이 책을 뒷집에 사는 퇴계에게 보여주며 수정을 부탁하였는데, ‘사단은 이로부터 발하고, 칠정은 기로부터 발 한다’는 구절을, 퇴계가 ‘사단은 이가 발한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한 것이다’로 수정하였다.
퇴계가 보낸 편지에서 이 문구를 본 고봉이 이의를 제기하며 사단과 칠정을 이와 기로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로서 1559년에 시작된 이 논쟁은 이후 장장 8년 동안 편지로 계속되었다.
본시 퇴계는 주자의 주자어류(朱子語類)의 구절을 자기주장의 논거로 삼았는데, 고봉과의 논쟁으로 양보하여 ‘사단은 이가 발하여 기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하고 이가 거기에 편승하는 것이다’ 라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設)로 귀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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