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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력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막강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역대 정권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위상이 달라졌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경찰권력 시대였다. 경찰의 서열이 군보다 높았고 안기부 같은 정보기관이나 경호실이 없어 경찰이 국가정보를 독점하고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다.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권이 있었지만,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다시피 행사했고 검사는 기소만 하는 처지였다. 미제 지프를 개조해 흰색으로 칠한 “백차”에 탄 경찰이 “거기 서”라고 하면 “대통령 빼고 다 선다.”라는 우스갯말이 나돌 정도였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는 쿠데타로 새로이 등장한 군과 중앙정보부의 위세에 눌려 막강했던 경찰은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검찰 역시 기를 펴지 못했다. 서울의 봄을 짓밟고 집권한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12.12 군사반란 세력과 보안사, 안기부에 밀려 검찰은 존재감이 없었다. 당시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자신들의 법무 참모 정도로 여길 정도였다고 하니 검찰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한 검찰이 다른 기관들을 제치고 정권의 “핵심권력”으로 올라선 것은 노태우 대통령부터였다. 체육관 대통령 시대가 끝나고 권력을 국민들이 직선제로 선출하게 되자 권력에서 물러난 군 출신들의 공백을 대구·경북 출신 검사들이 채우면서 검찰권력 시대의 막이 올랐다. 대통령 비서실장(정해창), 안기부장(서동권)을 검사 출신들이 차지하면서 검찰이 권력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고 김영삼 정권 시절 하나회가 척결되고 문민 통치가 시작되면서 권력의 핵심이던 군과 정보기관의 힘이 약화되자 검찰의 힘은 한층 더 막강해져 권력의 정점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새로운 권력 집단으로 등장한 검찰은 이때부터 정권 초기에는 지난 정권의 부패와 비리를 파헤쳐 새 정권의 입지를 다져주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했고 정권 말기에는 레임덕에 들어간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을 들여다보고 비리를 들추어내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를 하는 정의의 화신인 양 행세하며 정치권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개혁을 추진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며 정권과 날을 세우더니 급기야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어 권력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검찰이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것은 시대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지만,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되어 있다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수사권은 수사기관이 범죄행위를 조사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여 범죄사실을 밝히는 권한이고 기소권은 수사기관이 조사한 범죄사실과 증거를 검토하여 처벌받을만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에 기소하는 권한이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 독립적인 기관에 분산시킴으로써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 검찰은 없는 죄도 만들 수 있고 있는 죄도 덮어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대장동 개발, 성남FC 사건 등은 털어도 혐의를 발견할 수 없으니까 300여 차례 압수수색을 하는 “인디언 기우제(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냄)”식 수사를 해서 기소를 했다. 반면에 김학의 법무부 차관 “별장 성 접대 사건”은 명백한 증언과 비디오 영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소환조사도 없이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기소 여부를 결정해 놓고 수사를 한다는 것은 문제 출제자가 수험생이 되어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사와 기소 기관이 분리되어 상호 견제를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하여 독립적인 위치에서 행사하도록 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되어 있는 것일까. 해방 직후 미 군정은 검찰의 강제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게만 수사권을 부여하는 훈령을 발포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1954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경찰조직에 일제 강점기 순사의 잔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경찰조직에만 수사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검찰에도 강제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이 모든 것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은 검찰이 지배하는 검찰 공화국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없는 비상계엄령 발동으로 대통령이 탄핵 되고 내란혐의로 구속되어 오히려 검찰개혁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새삼 역사의 사필귀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