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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SK 유심 무료 교체 첫날, 매장 앞에는 오픈 시간 9시30분 전부터 몰려든 인파로 긴 줄이 형성되었다. 이에 준비된 유심 수량은 순식간에 소진되면서 수백 명의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리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영암 대리본점을 찾은 고객 수는 약 1천여명으로 추산됐다. 현장에서 유심 교체를 완료한 일부 고객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재입고를 기다리며 예약만 하고 돌아갔다. 특히, 28일 하루 동안 접수된 예약 건수만 500건을 넘기며 지역 대리점은 전례 없는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
SK텔레콤은 유심을 교체하기 전까지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는 모바일 T월드 앱에서 설정 가능한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할 것을 당부했으나 고령 인구가 많은 영암군 특성상, 대리점 직원들은 현장에서 유심 교체, 예약 접수뿐 아니라 모바일 보호 서비시 신청까지 대행해야 했고, 이로 인해 대기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현장을 찾은 한 고객은 “유심 해킹으로 인한 계좌 피해 사례도 들린다”며 “혹시 나도 피해자가 될까 봐 오픈 시간에 맞춰 왔는데, 이미 수십 명이 먼저 와 줄을 서 있었다. 통신사의 잘못인데 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대리점 직원들 역시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대리점주는 “2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최근 손 수술을 받아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인데, 어제는 예약을 받고 입력하느라 점심도 거르며 일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4월 18일 해커에 의한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촉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SK텔레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출된 데이터는 9.7GB 용량이며, 이를 문서 파일로 환산할 경우 약 300쪽 분량의 책 9천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SK텔레콤은 4월 28일부터 전국 약 2,600개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유심을 자비로 교체한 고객에 대해서는 요금 감면 형태로 환급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SK텔레콤 가입자 약 2,300만 명과 알뜰폰(MVNO) 이용자 약 187만 명을 포함해 최대 2,500만 명에 달하는 잠재 수요를 고려하면, 당분간 전국적으로 유심 수급 불안과 긴 대기 행렬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번 사고에 책임을 통감하며 일시에 많은 고객이 몰려 당일 교체가 어려운 경우 예약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모두 교체하겠다”며 “유심 교체 비용도 회사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SK뿐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보안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유심은 단순한 통신 장비를 넘어 금융·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되는 만큼, 해킹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