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무대책·무성의에 분노한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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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농협 무대책·무성의에 분노한 농심

시종농민회 시위현장 표정



수은주가 급격히 내려가고 차가운 바람이 불던 19일, 점심 식사마저 거른 채 월출산농협 시종지점 앞에 앉아 협상을 기다리던 최양진 시종농민회장의 표정은 침통했다.

“올해 쌀값하락으로, 농협들은 저가미 판매로 쌀값하락을 부채질하고…, 선지급금 5만원 지급이 그렇게 힘듭니까? 한창 추수를 해야할 농민들의 심정은 비참합니다. 농민들이 피땀으로 지은 농사, 내 몸과 같은 쌀, 저 나락을 불태우고 같이 분신하고 싶소”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최 회장은 또 “19일째 통합RPC를 봉쇄하며 투쟁했지만 그동안 농협이 무대책,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는 태도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시종면과 바짝 인접한 나주 동강농협 반남RPC에서 나주 농민에게는 1가마 5만원(한섬 15만원) 선지급금을 지급하는 반면 시종농민에게는 4만3천원(한섬 12만9천원) 을 주는 것에 대해 더욱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시종농민들이기에 이날 시위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냉냉했다.

나주 쌀보다 훨씬 미질이 뛰어난 시종 쌀이 저가미 취급을 받으며 적은 가격을 받는 것에 울화통이 치밀어 참을 수가 없다는 농민회원들의 불만섞인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농협 지점 입구에 나락을 쏟고 불태우겠노라며 농협 측의 성의있는 대책과 협상을 촉구하는 농민회원들. 협상결과에 그다지 큰 기대는 걸지 않으면서도 ‘행여나’ 하는 마음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분을 삭이고 추위를 달랬다.
나락에 불을 질러 방화나 대형 사고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에 경찰경력은 하나 둘 증가하고 있었고, 1차 협상 실패, 2차 협상, 3차 협상이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더 커져갔다.

“협상결과가 곧 나올 것 같다. 10분 후에…, 10분 후에…”라는 농민회 간부의 안내 방송은 날이 한참 어두워진 후에도 계속이어졌다.

협상결과 발표가 임박할 즈음 방패, 소화기 등으로 무장한 경찰기동대 1개 소대가 지점 입구를 가로막고 농민들의 접근을 저지하면서 농민들의 흥분을 부채질했다.

“우리가 싸울 대상은 농협이지 경찰 당신들이 아니다. 비켜달라”며 나락에 접근하려는 농민들과 경찰병력과 몸싸움, 이어 더욱 흥분한 일부 농민의 차량과 트렉터를 동원한 위협, 차량 운전자를 연행하려는 경찰, 이를 저지하려는 농민들….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경찰 기동대를 쫓아내려는 트렉터의 밤공기를 가르는 엔진소음은 마치 성난 농민들의 외침같았다.

경찰의 지나친 과잉 대응이 불러온 흥분이었다는 지적이다. 어차피 농민들은 시위를 위한 시위였을 뿐 나락에 불까지 붙이려는 의도는 없었다. 설령 나락에 불을 붙인다 한들 형식으로나마 농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려 했을 뿐, 소화기 몇대로 진화가 가능할 것을….

그토록 간절한 선지급금 5만원을 바라는 참담한 심정의 농민들. 우리는 폭력적인 폭도가 아니고, 경찰과 싸우며 아픈 마음 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농민들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추운 날씨에 힘들고 긴 투쟁과 협상으로 이끌어낸 결과도 다음날 “선지급금 4만5천원이 아니라 확정가격 4만5천원으로 협상했다”는 월출산농협 측이 내민 오리발에 농민들은 또 가슴이 내려앉는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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