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월출산 국화축제’, 국화전시회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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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2025 월출산 국화축제’, 국화전시회 전락

타 지자체들은 가을꽃축제로 규모화 불구 영암군은 예산 대폭 삭감
소규모 ‘동네잔치’격 문화행사에만 치중 명품 가을축제 변신은 요원

지난 10월 30일 월출산 氣찬랜드에서 개막한 ‘2025 월출산 국화축제’가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단순한 ‘국화전시회’로 전락, 군민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다가 축제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대표축제인 왕인문화축제가 연기 끝에 취소됐다. 이에 따라 국화축제 개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마땅했으나, 당초 6억여원이던 축제예산을 1억여원으로 크게 줄였다.

축제 대신 교통안내, 질서유지에만 투입함으로써 사실상 축제 개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군민들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또 영암군은 이에 대해 재정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올 들어 소규모 문화행사들은 ‘동내잔치’하듯 우후죽순 크게 늘어 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에 축제전문가들은 “전남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한때 국화축제라는 유사이름의 축제를 대거 개최한바 있으나 원조 격인 함평군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하거나 화순군 등의 경우처럼 가을꽃축제로 규모화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면서, “영암군은 국화축제를 변경 또는 내실화해 명품 가을축제로 변신을 꾀하는 기회를 이미 놓쳐 이제는 존폐 문제를 따져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영암군은 지난 10월 30일∼11월 16일까지 일정으로 ’2025 월출산 국화축제’를 개최했다. ‘품격 있는 쉼, 꽃으로 만나는 가을’을 주제로 한 올 축제에 대해 영암군 관계자는 “전시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氣찬랜드에는 조형물, 분재국, 모형작, 그라스류 등 23종 20만여점의 국화가 전시되고 있을 뿐 축제 관련 행사는 전무하다. 대신 월출산의 기상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 ‘마한문’을 새롭게 선보였고, 지난해에 이어 ‘고려첨성대’, ‘하늘아래 첫부처 마애여래좌상’도 다시 전시했다. ▲핑크뮬리와 팜파스로 꾸민 ‘그라스권역’ ▲포뮬러원(F1) 레이싱카와 캐릭터 조형물이 배치된 ‘어린이권역’ ▲국화연구회원과 지역 농가가 함께 꾸민 ‘분재전시권역’ 등도 설정했다.
 
영암군은 특히 관람객의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을 위해 교통통제 및 안전관리, 화장실 정비, 종합안내소와 의료 지원본부 운영 등도 하고 있다. 올 축제예산은 바로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국화전시회’로 쪼그라든 ‘월출산 국화축제’는 그렇지 않아도 이미 수년 전부터 발전방향 또는 존폐여부를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우선 전남 각 지자체는 물론 전국적으로 ‘국화’를 소재로 한 축제가 우후죽순 개최되면서 월출산 국화축제는 경쟁력이 두드러지지 못했고, 최근 들어서는 국화축제가 가을꽃축제로 변화하거나 아예 폐지되면서 하나둘씩 축제가 없어지기 시작해 함평군의 국향대전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영암군의 경우 월출산 氣찬랜드에서 개최되면서 비좁은 장소의 한계까지 노출,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수년째 국화축제를 개최하면서 전시에 필요한 국화생산을 위해 농업기술센터가 농가와 계약재배해오고 있으나 국화생화 및 국화작품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는 소홀한 점도 축제를 계속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민선8기 들어 영암읍과 삼호읍 등을 중심으로 한 각종 문화행사가 동네축제 형태로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것도 월출산 국화축제의 위상을 급속히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국화축제가 단순 전시회로 전락한 것은 6억여원에 달하는 예산을 축제에 투입하는 것보다, 내년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이를 쪼개 각 읍.면별 문화행사에 대신 투입하는 것이 대민접촉에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올 축제가 전시회로 전락하자 일각에서는 장소를 다시 왕인박사유적지로 옮겨 한옥문화비엔날레와 함께 개최하거나 격년제 개최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격년제 개최의 경우 10억여원에 이르는 국화 재배 및 작품 제작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재배의 연속성에 문제가 있어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국화전시회전락 | 예산대폭삭감 | 월출산국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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