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암낭주고등학교(교장 정찬광)에 부임해 국어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강은구(60) 1학년 담임교사가 제자에게 쓴 손편지 내용 중 일부다.
강 교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5월 제자 한명 한명과 학부모들에게 마음을 담아 한자 한자 자필로 써 내려간 손편지를 편지 내용에 맞는 사진까지 첨부해 전했다.
“손편지 한 장으로 아이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문장을 짜내가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10년 후 쯤 아니 더 먼 훗날에라도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 편지를 기억해주는 놈이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 교사의 말에는 진심으로 제자를 대하는 마음이 물씬 묻어난다. 뿐만 아니라, 그가 쓴 손편지에는 자신이 그동안 겪어야 했던 숱한 우여곡절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녹아들어 있어 아이들의 마음에 쉬 닿을 수밖에 없다.
실제 강 교사의 삶은 아주 특별하다 못해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강 교사는 졸업 이듬해인 지난 1985년 사립학교에 국어교사로 임용되어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의 현실은 강 교사가 꿈꾸어왔던 것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이는 결국 10년 만에 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됐다.
별다른 대책 없이 퇴직부터 한 강 교사는 돼지농장 등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방법도 몰랐을 뿐 아니라, 되는 일은 없었다.
결국에는 교사 경력을 살려 학원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강 교사는 서울에 가 학원을 개설하고 수학을 가르쳤다. 전공인 국어에서 수학으로 본의 아니게 전과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명강사로 이름을 떨치며 23년간 무리없이 학원을 운영했다. 여기까지가 강 교사의 인생 1막이다. 전혀 다른 인생 2막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년퇴직은 학교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학교에 발령받았을 때, 시골에서 농사만 아시던 부모님께서 버선발로 달려와 기뻐하셨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딸과 아들을 보며 부모님께서는 학교를 그만둔 저를 더욱 안타깝게 여기셨어요. 이런 상황에 주저하는 제게 “늦지 않았다”며 힘이 되어준 딸과 아들의 격려가 다시 저를 교단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강 교사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도전,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18년 전국 최고령 합격자에 이름을 올린다. 이때부터 강 교사에게 주어진 교사로서의 재직기간은 6년하고 6개월, ‘7번의 봄’이 주어졌다.
“이제 정년이 2년 반 남았다”고 밝힌 강 교사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저의 작은 수고로움으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힘을 얻어 자신이 생각했던 목표보다 더 큰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