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 수려한 월출산 그림 같은 내 고향 저 동산 소나무 줄지어 있는 곳 선인들의 정서가 깃들어 있어 축복이 내리는 우리 동네 깨끗한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곳 인정이 넘치는 마을 사람들 오고 가는 인사말 사랑과 우정이 넘실넘실 주렁주렁 대추, 감, 밤, 익어가는 가을날 평화롭고 온화한 미럭굴 집 뜰에서 떠올린 따스한 추억 찬한란 미래가 펼쳐진 신세계 희망이 샘솟는 이 터 언제나 살고 싶은 낙원 봉황의 날개처럼 힘이 넘치는 당신...
영암군민신문759호2023.05.26 13:41어머니의 사계절은 가을에 머물러 있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어린 고추를 오늘도 기어이 따고야 마는 어머니는 어쩌면 이미 해 짧은 늦가을을 걷고 계시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줄곧, 피난시절 입 하나 덜겠다고 시집온 곳이 여기였다며 먼 곳 바라보다 끝내 흐려지던 눈빛 어린 자식들 배 곯리지 않겠다는 다진 맹세는 평생을 삼켜냈어도 목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았던지… 저 고추 따다 고추무름 만들어 먹으면 참 맛나겠다는 말씀...
영암군민신문758호2023.05.19 12:02애당초 젊음과 늙음을 선택해서 살 수 없기에 젊은이에게 야심찬 시간이 있다면 늙은이에게는 아름답게 새겨놓은 나이테가 있지 않던가? 젊음은 쏜살처럼 흐르는 세월 앞에 아득하고 바빴다만 늙음은 틀어 놓은 똬리처럼 끝이 훤히 보이니 안온하고 여유롭더라. 다만 젊음은 열정으로 흔들리고 늙음은 무너지는 세월 앞에 흔들리며 살아갈 뿐이다. 박춘임 '문학춘추' 시로 등단(2000년) 전남시문학상 등 수...
영암군민신문757호2023.05.12 14:29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듯 생각 없이 던진 말과 행동이 습관의 굴레로 날 가둬버렸네 그대 떠난 빈 의자에 앉아 삶의 끈을 잡아보았지만 누구도 채워 줄 수 없는 것이 인생 두 손을 움켜쥐어도 잡히지 않는 허상에 마음을 빼앗기고 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랑이더라 많은 이들 중 억겁의 연으로 만나 죽을 만큼 사모하고 보니 덧없는 생의 답은 사람이었소 함께 씨름하며 가야 하는 길 앞에 무너지는 것들은 나이테를 남기듯 새겨지니 이제...
영암군민신문755호2023.04.21 14:15얼기설기 올려진 빛바랜 기왓장 아래 장독대 떡방아 찧던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얼굴을 찡그리는 날 이백 년 묵은 간장, 된장, 고추장에 새하얀 꽃이 피었다 산들산들 가을바람이 지나가다가 앉아 쉬고 싶어도 벌 나비 오지 않으니 고개만 살래살래 꽃이라지만 악취가 폴폴 선인장 가시로 쏙쏙 찔러대니 행여나 이웃에 피어나면 어쩌나 가슴만 두근두근. 강종림 월간 <문학바탕> 시부문 신인문학상 한국문학예술인협회 ...
영암군민신문754호2023.04.14 11:57병원 담벼락에 담쟁이 한그루 회상에 젖어 몸단장을 한다 반듯하게 서있는지 발돋음하고 몸통과 가지들 흔들리지 않는지 지나는 바람한테 물으며 어릴 적 앓던 지병이 다시 도지지 말라고 날마다 제 몸을 케어한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 서지 못하고 넘어지고 꺾이고 의지는 의지일 뿐 허공에 헛손질만 해대며 연신 흔들흔들 혼자 견디는 투병 생활에 거리의 사람들은 무심히 오고 가고 기우뚱한 균형은 하늘의 해가 조금씩 바로잡아 어느 날, 단단한 벽화...
영암군민신문753호2023.04.07 14:28어쩌다 우리 잡은 손 놓았는가 이름 잃은 신발 찬 거리를 헤매는가 추위에 살을 뚫고 나온 여린 봄싹들 어둠 속으로 우수수 얼굴을 감추고 저 나무들 떨고 있는가 온산이 흔들리고 있는가 푸르디 푸른 잎들의 신발 길을 잃고 골짜기에 쌓이는가 어디서 무엇으로 다시 걸을까 얼마나 더 걸어야 빛의 나라에 다다를까 어쩌자고 어쩌자고 신발까지 버렸니, 나무야 주인 잃고 울부짖는 저 푸른 신발들 들리네 따라오네 최연숙 영암 출생 시인 수...
영암군민신문752호2023.03.31 12:28길은 늘 평탄한 것이 아니어서 비탈길이 있고, 어느 땐가는 절벽 끝에 서서 막막한 길을 바라본다 생의 벼랑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고 길을 가지 못한다 병상에 누워 길을 바라보면 아픈 길들이 처방전을 들고 서성이는데 안갯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여 인생의 오후를 지나 저녁 무렵에 이르러 아직도 몸에 칭칭 붕대를 감고 길을 가지 못하는가 침침한 눈을 부릅뜨고 곧 다가올 어둠 속 길을 두려워 말아라 달이 뜨고, 마침내 어둠 속에도 길은 이어...
영암군민신문751호2023.03.24 13:38복권방을 지나치다 차를 후진하며 복권을 사오는 남편 언제부터인지 걸음걸이에서도 나이듦이 풍긴다 당첨 확률이 벼락맞는 확률과 같다더라는 내 말에 그래도 일주일은 기대하는 즐거움이 좋다며 당첨되면 다 줄게 한다 얼굴에 번지는 주름진 미소가 짠한 느낌은 무엇인가 잿빛으로 변한 머리카락을 볼 때 울컥 올라오는 감정은 또 무엇인가 운전 면허증은 십년마다 새것으로 갱신을 해주는데 젊음은 갱신이 안 되니 불청객처럼 찾아온 병마와 벗하며 끼니처럼 챙겨 먹...
영암군민신문750호2023.03.17 13:42나 어려서 아버지 엄니 독내장에 가시면 눈 빠지게 기다리던 길 그 고갯길 행여나 그 손에 들고 오실 막연한 기대 그리고 무언에 그 약속 보리피리소리에 홀려 기다린 것이 어느새 한 나절이네 엄니얼굴보다 손을 먼저보고 행여 그 보따리 속엔 수수께기로 가득 방천둑 연 날리며 뛰는 배는 철골이건만 텅 빈속을 채워줄 속아지 없는 배꼽시계 도깨비 방망이 요술 잔치 생각하며 기다린 그 고개 덕 고갯길이여! 전갑홍 세한대 평생교육원 겸...
영암군민신문749호2023.03.10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