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왜 눈물이 날까요 당신의 의젓한 큰아들 의사 되는 날도 하얀 가운 만지는 손이 바르르 떨렸는데 당신의 손자가 보무도 당당하게 美육사생이 되어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줄 장교가 되는 날 영광의 빛 너울너울 합니다 그토록 당신이 선망해 하시던 육군사관학교 입문을 삼대에 이르러 정일(鄭一), 정제헌(鄭制憲) 손자 두 자손이 당신의 소망을 이루었습니다 고마운 기도와 함께 나의 첫마디는 어질고 착하고 정의로운 장군이 되라고...
영암군민신문738호2022.12.16 15:04깊은 밤 들리는 노래엔 무늬가 있다 바람 따라 변하는 색깔 얇아지는 귀를 창가에 둔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노리는 건 달빛이다 보름달은 부릅뜬 눈으로 소용돌이치며 스쳐 가는 세월의 파장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약한 곳을 쪼아 대는 날카로운 부리가 있다 해바라기 눈으로 다가오는 요람을 기억하는 본능은 시간 위에서 밝아지는데 그때마다 밤눈 밝은 소리 깊어진다 깃털이 가벼운 너는 나무에 오를 수 없어 가지가 대신 갈퀴를 붙든다 흔들릴 ...
영암군민신문737호2022.12.09 11:58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군 홍보대사
영암군민신문736호2022.12.01 23:21뒤따라온 바람이 9호선 전철에 함께 타더니 잘 가라 인사도 없이 냉정하게 플랫폼으로 밀어낸다. 몇 번 출구로 가야 하나 인파에 밀려 떠내려가는 나를 출구보다 먼저 오카리나 연주가 반긴다 오랜 친구인 듯 한 폭의 풍경화 같은 희끗희끗한 노부부의 오카리나 연주 전철을 타고 온 바람이 발자국을 남기며 뒤돌아보는 아! 때로는 돌아가고픈 추억을 무대 위에 세우고 싶다 가야 할 시간을 붙잡아 놓은 채 나 홀로 관객이 되어 ...
영암군민신문735호2022.11.25 14:41이쪽과 저쪽 끝을 밑줄인 양 걸어놓고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골목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모두 골목에서 배운다 다리 무릎 허리 어깨 머리 오선지를 만들면 고무줄은 팽팽한 악보가 된다 음표들이 검은 음계를 통통 튀며 넘나든다 길에 늘어난 노래가 된다 공중을 끌어당겨 발로 밟고 박자를 풀어 음정을 맞추고 높이와 중력을 갖고 노는 아이들 점점 높이가 높아질수록 높은음자리들 팔짝팔짝 뛴다 호흡이 빠른 악보는 자주 틀리고 그때마다 되돌이표 잠...
영암군민신문734호2022.11.18 13:33동녘 하늘 그리며 내달리는 은적산 줄기 우람한 바위절벽으로 우뚝 서호(西湖) 들머리 지켜 서서 넘치는 기상 가슴속 가득 파고든다 원시 고인돌 고려 매향비 스쳐가는 역사의 숱한 바람서리 꿰뚫어 보면서 바윗결에 천연문자 새기고 있는가 바람벽 되어 감싸 안은 보금자리 의병장 전몽성 몽진 몽태 형제들 예서 자라 펼친 충의 장동사(長洞祠) 일으켜 기리고 선비들 문장 떨친 수래정(修來亭) 옛향취 번져라 서호강 뱃노래 구름 따라 ...
영암군민신문733호2022.11.11 16:06높다란 푸른하늘 완행열차에 몸을 실은 수줍은 뭉게구름 붉고 우직한 백일홍 선생님 단단하고 푸르른 플라타너스 선생님 옹기종기 책가방 메고 까르르 모여든 아이들 웃음소리 먼지 한웅큼 모래바람에도 신나게 술래잡기하며 이마에 땀구슬 뚝뚝 아련한 그 그리움 아득한 미소가 지금은 한장 추억이 되었네 아이들이 없는 학교의 모습으로 어딘가에 어른으로 희망의 메아리가 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 다시 듣는 그날을 그리...
영암군민신문732호2022.11.04 14:46그날 서러이 온 동네를 울었던 묵음이 목에 걸린 핏덩이 때문이라는 걸 알았어 산그림자 끝 간 데 없이 물 위에 눕던 저 물녁 외따로 개울에 서서 아버지의 한 경점을 보여주곤 하는 저, 왜가리 최연숙 영암 출생 시인 수필가 문예춘추 알베르 카뮈상 현대시부문 최우수상 시집 '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 등 다수
영암군민신문731호2022.10.28 14:33이름 없는 작은 풀꽃도 해맑게 피고 지며 살아갈 의미를 부여하는데 나는 지금 헛된 상념과 마주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는지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그분의 말씀이 삶에 능력 되게 하옵소서 그 길을 순종하며 순간순간을 감사하며 그분과 연합하는 시간 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소망의 불꽃 타오르게 하소서 이름 없이 말없이 피었다 지는 풀꽃처럼 산다 해도 그 길은 오직 영광의 길 복된 길이기에 조세란 2003년 <문학21...
영암군민신문730호2022.10.21 15:10하루에 서너 번 버스가 다니는 큰 길을 먼저 그려요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그려요 골목 입구 왼쪽 포도나무 밭이 있는 당숙 집을 지나 네 번째 집 대문은 개방형이에요 오른쪽으로 화단이 있어요 봄부터 가을까지 꽃들이 피었다 져요 봉숭아꽃 씨방을 톡! 터뜨리는 게 즐거웠어요 왼쪽은 화장실이 있어요 넓은 마당을 이십 보쯤 걸어 들어가면 기와지붕 집이 있어요 집을 왼쪽으로 돌면 할아버지가 심으셨다는 파리똥 감나무가 있어요 노을빛 같은 홍시 감이 툭!...
영암군민신문729호2022.10.14 15:39